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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너다 '瞒天過海'
김기석 칼럼"병법 36계로 풀어가는 삶의 지혜"
2009년 11월 14일 (토) 18:42:24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김기석(부천미래포럼 이사장. 17대국회의원)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너다 '瞒天過海'
만천과해(瞒天過海-속일瞒(만)▪ 하늘(天)천▪  넘을過(과)▪바다海(해)

병법36계 중 제1계인 만천과해의 계는 당나라 황제 태종을 속여 바다를 건너게 한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의역하면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는 계략이다.

만천과해의 이 계는 당태종이 설인귀의 계책으로 바다를 건넜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으며 그 출처는 <영락대전(永樂大典)설인귀정요사략(薛仁貴征遼事略)이다.

   
▲ 김기석 부천미래포럼 이사장
당 태종과 만천과해

당 태종 이세민(599년-649년)은 626년 현무문의 변을 통하여 형인 황태자 건성과 동생 원길을 제압하고 황태자의 위에 올랐고 그 해 9월에 황제가 되었다. 이세민은 조세제도 개혁, 과거시험제도의 시행, 토지제도 개혁, 징병제를 기초로하는 군사제도 개편 등을 실시하여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케 하였으며 이로 인해 얻어진 신망을 바탕으로 하여 지금의 몽고 지방인 돌궐 및 중앙아시아권을 잇달아 정복하고 중국 왕조 가운데 최고의 치세라 일컫는 정관의 치세(貞觀治世)를 이루었다.

또한 644년 당시 요동의 주인인 고구려 원정을 준비하여 약30만 대군을 편성하기에 이른다. 당태종의 30만 대군은 장안을 떠나 동진을 계속하여 대해에 이르렀다. 처음으로 망망대해의 위용을 본 당태종은 두려움과 함께 해변에 머물며 더 이상 군사들의 전진을 금하였다.

이에 총대장 장사귀가 장군 설인귀에게 계책을 물었다.

설인귀는 "총대장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금 천자께서는 큰 바다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으니, 천자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대해를 건너 가도록할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며칠 후, 장사귀와 제장들이 태종을 알현하고는, 현지의 한 호족이 황제와 30만 대군을 위해 많은 식량과 마초를 준비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당태종은 크게 기뻐하여, 곧 백관들과 함께 그 호족을 따라 사면에 비단 장막이 처져 있는 방에 이르러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진 후한 연회상을 받았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사방에 쳐진 비단장막들이 바람에 날릴 뿐 아니라 식탁 위의 그릇들이 기울고 몸조차 가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때서야 당태종은 의심을 하고 얼른 수하를 시켜 장막을 열게 하였다. 걷혀진 장막 사이로 그토록 두려웠던 대해가 나타나고 큰 파도가 겁에 질린 당태종의 눈을 더욱 두렵게 하였다.

이 때 장사귀가 당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폐하께서는 30만 대군과 함께 이미 배에 올라 고구려를 향해 바다를 건너는 중이옵니다. 폐하께옵서 바다를 두려워하시기에 부득이 계략을 썼사옵니다. 용서하옵소서" 라고 아뢰었다.

이렇게 해서 당태종은 바다를 건널 수 있었다.

"만천과해(瞒天過海)"의 이 비계는 위장수단을 써서 허상을 만들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버리게 하여, 난관을 헤쳐 나감으로써,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태사자와 만천과해

삼국시대 노나라 북해성의 태수 공융(153-208년, 공자의 20대 손)은 황건적의 대군이 급습하자 성안에 갇혀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그는 어떻게든 겹겹으로 둘러싸인 적군의 포위망을 뚫고 평원상 유비에게 구원을 요청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는 궁리 끝에 자신의 수하 장수이자 활쏘기의 명인인 태사자(116-206년)와 함께 계책을 준비하였다.

다음 날부터 태사자는 성문을 열고 나갔다. 이런 태사자의 행동에 성안에 있는 군사나 성 밖에 있는 적병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러나 태사자는 태연히 말을 끌고 성 가까이에 있는 언덕에 과녁을 세우고 활쏘기 연습을 시작했다. 이윽고 연습이 끝나자 그는 다시 성안으로 돌아왔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이렇게 활쏘기 연습을 거듭했다. 그러자 성 밖에 있는 적병들 중에는 사흘, 나흘 그가 변함없이 이렇게 활쏘기를 계속하자, 적은 이제 그에게 아무런 관심조차도 갖지 않게 되었다.

적의 경계가 느슨해진 것을 감지한 태사자는 역시 활쏘기 연습을 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말 위에 올라 채찍을 휘두르며 비호처럼 적의 포위망을 뚫었다. 적들은 나중에야 속았음을 알고 추격하였으나 그는 이미 포위망을 벗어나 멀리 사라진 후였다.

태사자는 적의 포위망을 뚫기 위하여 상대로 하여금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속임수로 위기를 극복하고 유비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기지와 만천과해

만천과해의 계책은 바다를 건너가는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허상을 만들고 그 허상으로 인하여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상대가 부주의 하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는 어머니를 가장 존경하고 지금도 어머니의 말씀에 거역하거나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언행을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다.

젊은 시절 한국전쟁 중에 아버지와 사별하시고 오로지 아들만 바라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셨던 어머니이기에 필자의 마음은 더욱 애틋하다.

필자의 선친께서는 정미소를 운영하셨다. 그것도 최고의 시설을 갖춘 전기 방앗간을 운영하셨으니 당시의 가세가 상당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선친께 닥친 비운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음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선친의 유품인 금반지를 가장 소중하게 보관하고 아끼셨다. 비단 금값이 비싸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선친의 숨결이 담겨 있었고 그것을 아시고 느끼고 싶으셨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보릿고개의 서러운 눈물이 강을 이룬다는 봄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 다녀오느라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집안에 도둑이 들었다.

먹는 것이 귀하고 입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인지라 시골에도 좀도둑들이 있었고 마침 빈집이기에 쉽게 도둑이 들었을 것이다. 방안에는 도둑의 발자국이 선명했고 앞다지라 불리우는 반다지가 열려 있었다. 몇 푼의 돈을 훔쳐갔고 곳간의 쌀독은 비워 있었다.

이 때 놀라신 어머니께서는 급하게 필자의 앉은뱅이 책상으로 가셨다. 그 책상 위에는 아무렇게나 꼬깃꼬깃 구겨진 신문지 등이 어린애 주먹만한 크기로 여기저기 널려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 책상 위에 구겨진 채로 나뒹굴고 있는 신문지를 살피시고는 안도의 숨을 쉬시며 가슴을 쓸어 내리셨다. 어머니는 그 꼬깃꼬깃 구겨진 신문지에 아버지의 반지를 숨겨 놓으셨고 집안에 든 도둑은 작은 책상 위에 나뒹구는 신문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귀중한 것은 금고에 보관하거나 집 안에서 가장 깊숙하다고 생각되는 곳, 또는 열쇠로 단단히 채워진 함 속에 보관한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것들은 평이하고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며칠 집을 비우면서 그 심리를 이용하였던 것이다. 비록 몇 푼의 돈과 쌀을 잃었지만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셨던 아버지의 유품을 무탈하게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유품인 반지를 잃지 않는 것이 바다를 건너가는 목적이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읽고 대담한 행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무한 경쟁의 시대이며, 지엽적인 사고와 행동이 통용되지 않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정보와의 전쟁이라 표현될 정도로 정보가 생명이고 소중하다는 것은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깊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활동무대이며, 세계인이 우리의 경쟁 상대이고 대상이기에 갖가지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 공격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노출된 경쟁시대에서 승리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재되어 있는 진정한 의도를 감추고, 허상에 눈을 돌리는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경영이든 생활이든 바다를 건너가는 목적을 이루는 만천과해의 계략이고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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