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및 출산기피, 이혼, 가족 해체 등 한국 가족의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성부(장관 지은희)가 지난해 4-12월 전국 9천 109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가족 가치관, 가족관계 등 '전국가족조사' 결과를 지난 15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자가 31.1%, 여자가 37.5%로 더 높았다.

하지만 결혼을 했더라도 배우자 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남자는 22.8%로, 여자는 13.3%로 남자가 더 개방적 가치관을 나타냈다.

또한 '배우자가 계속해서 바람을 피운다면 이혼할 것이다'와 같이 구체적인 이혼 사유를 제시하고 이혼에 대한 태도를 물었을 때 엄마와 딸 사이의 태도 일치도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엄마-아들, 아빠-딸, 아빠-아들간 태도가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와 같이 혼외 출산에 대한 태도의 경우 아빠-아들, 아빠-딸, 엄마-아들, 엄마-딸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혼응답자들(1천3백87명) 중 결혼할 계획이 없는 남성들은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가 35.7%로 제일 높은 이유로 꼽았고, 반면에 여성들은 '내가 하는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서'가 26.2%로 응답이 많았다.
 
은기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혼인지연과 저출산의 문제는 취업의 어려움, 직장의 불안정성 증대 등 경제적인 상황의 악화에 기인하고 있어 결국 출산력의 회복은 미혼 및 기혼 남녀의 취업 및 직업안정성의 회복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적인 자녀수에 대한 질문에는 남자는 2명이 66.3%로 제일 높았고, 1명이 26.7%, 3명이 5.6%, 무자녀가 0.8% 순으로 나타났다. 여자는 2명이 59.5%로 제일 높았고, 1명이 32.5%, 3명이 5.5%, 무자녀가 1.7%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양육비 지원은 자녀가 2명까지 지원해야한다는 정책적 시사가 나온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산율 급감, 미혼 인구 등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가족해체 현상도 사회병리라기보다는 사회적응의 표현이라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