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시설주변청소를 하기위해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굴렁쇠 회원들.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수려한 경치와 맑은 하늘이 자꾸만 여행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 가을 정말 가슴에 담아둘만한 특별한 여행은 없을까.

부천시 오정구 여성들로 구성된 봉사동아리 '굴렁쇠'의 아주 특별한 '1박2일' 여행이 마음을 살찌우는 추억 만들기를 제시한다.

지난 12일 16명의 굴렁쇠 회원들은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장봉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어깨엔 배낭을 메고 양손엔 무거운 짐들을 하나둘씩 들어 힘들어보였지만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 식사를 마치고 준비해간 다과와 차를 마시며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있다.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장봉도에 도착하여 이동한 곳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인 '장봉혜림원'이다. 지적장애인들의 재활과 요양을 목적으로 설립된 장봉혜림원은 다른 시설과 많이 달랐다.

섬이라는 도서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 속에 장애인들의 숙소가 이곳저곳에 개별적으로 들어서 있다. 집단수용시설이라는 기존 생각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또한 굴렁쇠 회원들이 하룻밤 묵을 숙소인 연수원(아카데미하우스)은 감탄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현대식 건축구조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마치 펜션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오후 1시에 도착해 짐을 정리한 굴렁쇠 회원들을 맞이한 이상진 요양원 원장은 "신종플루로 인해 한동안 봉사자들의 방문을 자제해 왔었다"며 오랜만에 찾아온 봉사자들을 환영했다.

장봉혜림원은 재활원과 요양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활원(원장 임성만)은 18세 이상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로 현재 51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지난 1985년 설립되었다.

1998년 설립된 요양원(원장 이상진)은 원래의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중복 장애인들에게 주거와 재활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현재 55명이 전문복지사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 장봉혜림요양원 이상진 원장이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진 원장의 안내로 장봉혜림원을 둘러본 굴렁쇠 우예분 회원은 "정말 깨끗하고 수려한 경관과 환경에 놀랐다"며 "처음 생각했던 장애인수용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이 일순간에 무너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봉혜림원은 1급 지적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다른 시설과는 무척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거주하는 장애인끼리 '가족'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모습과 똑같은 주거환경 속에서 5~7명이 한 가정을 이루어 낮에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 구성원 각자는 매일매일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공동체 생활을 익혀나가고 있다. 즉, 일반인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학습하여 일반인들의 사회 속으로 진출하기 위한 중간거점지인 셈이다.

이상진 원장은 "장애인들의 삶의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 아래, 가정과 같은 환경을 마련하여 공동생활의 다양한 방식을 습득하게끔 하고 있다. 낮에는 일하고 일과 후에는 가정 구성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어우러지도록 하고 있다"며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문화와 여가생활을 즐기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익혀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나와 인천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생활하는 그룹이 6가정이나 있으며 경제적 자립과 결혼을 통해 완전한 자립생활을 하고 있다.

잡초제거와 주위 청소를 마친 회원들은 8개 재활원 가정에 2명씩 배정되어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식당에서 도시락에 담아 가져온 밥과 국, 반찬들과 굴렁쇠에서 준비한 불고기와 생선을 장애인들과 함께 조리하고 같이 식사를 했다.

구성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처음 낯설었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장애인들과 복지사, 굴렁쇠 회원들은 마치 자신들의 가족들과 모여 앉은 듯 웃음 속에서 화기애애한 식사를 마쳤다.

5시부터 8시까지 이어진 식사와 간식 및 놀이시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회원들은 자신들이 배정받았던 가정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장애시설에 대한 의견토의 및 일반인들과 장애인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적 변화와 지원에 대해 밤늦게까지 이야기했다.

▲ 벽돌쌓기와 노래자랑, 장기자랑으로 더욱 친숙해졌다.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구미회 회원은 "봉사한다고 왔는데 오히려 배우고 가는 느낌"이라며 "이중에는 가족이 있는 분들도 있지만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재활원과 요양원에는 약 100여명의 장애인들이 있으며 이중 70%는 무연고 장애인과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서 무료입소자이며 30%는 실비입소자이다.

직원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58명이 근무하고 있다.지원사업실 김하정 사회복지사는 "인내심과 이해심이 남다르지 않으면 고립된 시설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업무를 지속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사회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향상을 통해 국가적 및 일반인들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김명자 회원은 "가족이라는 시스템은 정말 좋은 것 같다"며 "누구보다 정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시스템에서 잘 익혀 사회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틀 결석까지 하며 참여한 조민지(중1)양은 "처음엔 무서웠다"며 "같이 밥도 먹고 놀이도 하다 보니  친근해졌다. 모두들 건강하고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도 생겼다"고 말했다.   

다음날 연수원과 세미나실 및 식당 청소를 마친 회원들은 12시 배를 타기위해 짐을 정리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거주인들은 손을 잡으며 또 오라고 당부했다. 

장봉혜림원 봉사는 홈페이지(www.jbhl.or.kr)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다음날 숙소의 묵은 때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장봉혜림원에서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는 캐릭터 향초.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행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식사보조를 해 주고 있는 굴렁쇠 회원들.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회원들과 시설 거주인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