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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정정 발표
대상 이사랑의 '바늘 끝에서 피는 꽃'
2009년 10월 03일 (토) 03:38:14 양주승 webmaster@bucheontimes.com

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제11회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이사랑(안산)의 '바늘 끝에서 피는 꽃'이 선정됐다. 또한 우수상에는 강영숙(고양)씨의 '무화과 나무', 강정숙(영천/필명· 강가애), 금미자(부천)의 '달에 관한 기억'이 각각 선정됐다.

대상에는 상패와 상금 500만원, 우수상 3편에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이 각각 시상된다.

지난 9월 28일 수주문학상 운영위원회는 9월 10일 발표한 이경희씨 (대상 수상작/한권의 책)의 당선을 취소하고  차점자인 이사랑씨의 '바늘 끝에 피는 꽃'을 대상작으로 올리고, 우수상 후보작 금미자씨의 '달에 관한 기억'을 우수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경희씨는 동일한 작품을 두곳에 중복투고 해 문인의 도덕성 결여는 물론 올곧은 문학정신을 계승하는 수주문학상의 위상에 위배되는 일을 저질러 대상수상이 취소됐다.
 
수주문학상은 <논개>의 시인 수주 변영로(1897~1961년) 선생의 詩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됐으며 부천을 빛낸 인물이다.

수주문학상 심사평(심사위원 최문자 정일근) 
 
'무화과 나무' 는 산문시다. 다른 투고자들의 산문시들과는 달리 읽히는 장점이 있었다. 운율도 도드라졌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 긴장을 놓쳐버려 많이 흔들렸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미라' 는 발굴된 미라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시였다. 미라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에 대한 사유 깊은 시 쓰기는 투고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이 시역시 시의 마무리에서 너무 쉽게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잃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100m 달리기와 같은 것에 유념해 주길 바란다.
 
'바늘 끝에서 피는 꽃' 은  투고한 모든 작품에서 오랫동안 시를 써온 저력이 돋보였다. 시에서 익숙함은  힘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독을 다스리는 변화의 힘을 가진다면 앞으로 좋은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수주문학상에 투고된 작품들을 읽으며 2가지 흐름을 읽었다. 그 중 하나는 시를 지나치게 어렵게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를 쓴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다. 오랫동안 시를 써온 심사위원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시로 어떻게  독자들을 이해시킬 지 궁금했다. 
 
또 하나는 시의 산문화 경향이다. 시와 산문은 다르다. 비록 산문의 옷을 입고 있어도 시는 시여야 한다. 시로 읽혀야 한다. 읽혀지지 않는 산문을 시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점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위의 2가지 흐름에서 벗어난 시적인 시에 높은 점수를 주었음을 밝힌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부족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내일을 가진 예비시인들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수상자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바늘 끝에서 피는 꽃'-대상-이사랑

청석골의 단골 수선집 늙은 재봉틀 한 대
아마, 지구 한 바퀴쯤은 돌고도 남았지
네 식구 먹여 살리고 아들 딸 대학까지 보내고

세상의 상처란 상처는 모조리 꿰매는 만능 재봉틀
실직으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고 이별로 찢어진 가슴과 술에 멱살 잡힌 셔츠를  쪽같이 성형한다

장롱 깊숙이 개켜둔 좀먹은 내 관념도 새롭게 뜯어 고치는 재봉틀
작은 것들은 가슴을 덧대어 늘리고
막힌 곳은 물꼬 트듯 터주고 불어난 것들 돌려 막으며
무지개실로 한 땀 한 땀 땀구슬을 꿰어 서러움까지 깁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낡은 그림자를 감싸 안고 찌르륵 찌르륵
희망은 촘촘 재생 시키고 구겨진 자존심은 반듯하게 세워 돌려준다
일감이 쌓일수록 신나는 재봉틀 오늘도 허밍허밍 즐겁다

별별 조각난 별들을 모아 퀼트 하는 밤
바늘 끝에서 노란 달맞이꽃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무화과 나무'-우수상-강영숙

하늘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그 나무의 열매, 한 그루 세월을 붙들고 있다 내안에서 자라난 그 나무 붉은 피 흐르지 않는다

손바닥 마구 흔들던 잎들 하늘을 뒤덮는다 아이와 나는 막든 바람 홀연히 빠져나가고 가지마다 싱싱한 눈물 울멍울멍, 꽉 채운 동그라미를 무화과꽃이라 부른다

혈색이 창백한 혈액 종양내과 복도, 웃음잃은 사람들 차례대로 호명을 기다린다 오래전, 소아병동에서 노란 위액을 토해내던 차트번호 1137440 어린아이가 스물 다섯 청년이 되었다 혈관 불뚝거리는 팔뚝엔 채혈 바늘 마음대로 들락거린다

매연에 질식된 공기와 소통하는 국채보상공원 길을 걷는다 달구벌 대종이 소리를 가둔 채, 제야의 종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잎들 뜯긴 나무들 서로를 세차게 껴안는다 봄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는 희디흰 핏방울 뚝뚝 떨구는 감옥, 무화과꽃이다

'미라'-우수상-강정숙

발굴자들은 그녀가
임산부였다는 사실에 더 집중했다

유난히 통통한 복부 때문이다
복부를 가르고
몇 겹 표피를 들추자
말라붙은 탯줄과 자궁, 외벽엔
암반같이 굳어버린 핏물이 보인다

가느다란 손으로 배를 감싸고
긴 머리카락 뒤틀린 입술이
반쯤 벌어져 있는 그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를 낳을래요
머리카락으로 요람을 짜겠어요
사백년쯤 걸릴꺼에요

물기 없는 여자의 내부가
형광등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다

'달에 관한 기억'-우수상-금미자

키가 개나리 덤불만 한 꼬마가 마을회관을 등지고 걷는다. 오르막길 끝 너머쯤에 주인 인 듯 버티고 있는 뒷산은 아침나절 멋모르고 뛰어 놀던 어느 낯선 이의 무덤이 있고, 주인을 잃은 큰 개가 헐떡이며 좇아온다. 충혈 된 눈처럼, 노을마저 숨어버리면 그런 모든 것들을 덮고 구겨져있는 검고 눅진한 헌옷더미, 꼬마는 심부름 값이 될지도 모를 거스름돈 200원과 마른오징어, 88담배가 든 검은 봉지를 크게 한번 휘둘러본다. 헌옷더미가 움찔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담배 곽을 뜯어 향을 맡아보기도 한다.

굵은 정 사각 벽돌로 잇댄 급한 오르막은 짓궂은 소년처럼 종종 발을 걸었다. 혼자 길을 나선 것을 안 계집아이는 당장 일으켜줄 사람이 없음을 안다. 용케도 손에 걸려있는 꾸러미를 추슬러 다시 뒷산을 본다. 거기엔 파란 털을 하고 고양이보다 따뜻한 눈을 가진 착한 짐승이 웅크리고 앉았다. 습한 바람을 따라 고르르 고르르 숨소리가 흐른다. 그가 살펴주는 길을 따라 백열등 불빛이 새는 틈새로 춤추듯 들어갔다.

개나리 덤불 너머로 쥐색 슬레이트 지붕을 볼 수 있게 된 소녀는 이제 담배심부름을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언젠가에도 아프게 기억될 것 같았던 날들은 울음대신 생리통을 알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파란 털을 한 동물의 눈이었던 달이 아주 먼 곳에, 이곳처럼 동그란 육지임을 알고도 그에 바랐던 소원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추워진 명절 무렵의 달은 바닷가의 모래가 눅눅한 하늘에 젖어 쓸린 것처럼 안타깝기만 하다.

잡아 쥘수록 새어버리는 모래처럼 잃어버린,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그조차 몰랐던 많은 것들에, 이제 소녀는 시간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핑계로 더 무르게 되어버렸다. 피묻어나는 무릎을 안고도 누구보다 먼저 일어서야함을 깨닫는다. 감은 눈꺼풀 안으로 파란 털의 짐승이 손을 핥는 환영이 비집고 들어선다. 자몽 같은 달이 가슴에 올라앉았다. 할머니가 손을 적셔 까주시던 덜 익은 자몽은 시고 떫었는데 - 오늘, 하늘로 껑충 뛴다. 무릎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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