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설립을 둘러싼 경기도와 서울시교육감의 견해 차이

최근 경기도가 '2010년까지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16개교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10개교에서 내년에 5개교를 더 설립하고 2010년까지 추가로 11곳을 개교하여 이른바 '특목고 벨트'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같은 계획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과도 어느 정도 협의가 마무리된 상태라고 하였다. 지난해 말 서울시와 재정경제부에서 강북지역에 특목고를 유치하겠다고 했을 때 서울시 교육감이 단호히 불가 태도를 취한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물론 서울시와 경기도는 교육 환경과 현실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평준화의 근간과 연관되어 있는 특목고 설립에 대하여 정반대의 견해를 갖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경기도가 특목고 벨트를 만들려는 목적을 살펴보자. 우선 경기도는 우수인재 양성과 엘리트 교육 강화를 위하여 특목고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획일적 평등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위해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볼 때 손 지사는 현재의 교육체제 즉 평준화체제가 '획일적 평등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더구나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획일적 평등교육에 머물고 있는 평준화 체제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대안을 특목고 설립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해 서울시와 재정경제부의 강북 뉴타운 계획에 대하여 "서울에 자립형 사립고가 등장하면 전국이 입시 지옥으로 변할 것이며 특목고는 이미 특목고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입시학원으로 변질되어 있어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가 늘어날 경우 입시경쟁만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하였다. 아울러 최근 평준화와 관련 "평준화는 세계적 흐름이고 현대교육 이론도 뒷받침하고 있으며 평준화의 보편화는 대학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하여 평준화에 대한 상당한 신뢰를 나타냈다.

결국 유 교육감은 현 입시체제에서 특목고는 입시학원의 길로 갈 수밖에 없으며 평준화 체제와 획일성의 문제는 관련이 없다는 견해이다. 나아가 경기도지사가 지적한 획일적 평등교육에 대해 공교육과는 관련이 없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유 교육감의 견해를 따르자면 특목고 추가설립은 입시체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수능은 무조건 기본만 쉽게, 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만 내면 된다. 웬만큼 공부하면 다 통과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특목고 설립과 입시체제의 강화

특목고 설립에 대한 이 같은 견해 차이는 두 가지 논점에 대한 근본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엘리트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다. 이 점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경기도와 서울시 교육감의 견해가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우수 인재나 영재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견해이다. 또 특목고와 같은 특정학교에서 엘리트 교육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유 교육감은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지금은 해당 분야의 영재교육보다는 입시학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보인다.

두 번째 논점은 평준화를 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양측의 견해 차이가 분명하다. 앞서 보았듯이 경기도지사는 평준화를 획일적 평등교육으로 보고 있음에 반해 서울시교육감은 보편화되어야 할 제도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결국 양측이 인정할 수 없는 상반된 견해이기 때문에 어느 한편이 잘못된 견해임이 분명하다. 과연 평준화가 획일적 평등교육을 통해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을 막고 있으며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 반드시 폐지 내지는 개선되어야 할 제도인지 아니면 인재교육과 교육문제들의 원인이 평준화에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 그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라 평준화와 특목고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에 대한 진실과 거짓이 판명될 것이다.

그에 앞서 우선 특목고 설립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을 살펴보자. 반대하는 측의 이유는 특목고가 본래의 설립목적을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즉 과학 분야나 외국어 분야의 영재를 양성한다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대학입시를 가장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입시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지금 특목고를 추가로 설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입시준비 기관을 설립하여 좀더 많은 학생들에게 입시교육의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이며, 결국 입시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찬성하는 측은 특목고의 입시기관화에 대해서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 오직 우수 인재와 엘리트 양성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특목고의 설립을 옹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찬성하는 측에서는 특목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거나 아니면 입시기관으로의 전락 여부와 상관없이 특목고는 추가로 설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찬성하는 의견은 특목고가 입시기관이 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잘못이다. 즉 특목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필연적으로 입시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목고 설립에 입시문제에 대한 입장이 전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특목고 벨트'를 계획하고 있는 경기도와 손 도지사 그리고 경기도 교육청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입시체제를 옹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입시체제 강화와 평준화 폐지론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일단 평준화 논의와는 무관하게 도출된 결과다. 따라서 특목고 설립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어쩌면 입시체제의 원인이 평준화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특목고 설립을 주장하는 것이 반드시 입시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특목고를 더 많이 설립해 평준화로 인한 획일적 평등주의 교육을 극복함과 동시에 입시 체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경기도에서 발표한 특목고 벨트 계획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정말 입시체제가 문제인 것은 분명한데 그 원인이 평준화에 있기 때문에 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특목고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에 입시체제에 대한 존속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입시체제를 옹호하는 자신들의 의지를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 원인을 평준화로 돌리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체제를 만든 원인이 평준화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특목고 설립을 주장하는 견해의 배경에 입시체제를 옹호하고 있다는 분명한 진실이 폭로될 것이다. 따라서 특목고 설립을 둘러싼 견해 차이에서 진실과 거짓을 밝히는 단초는 이제 평준화와 입시체제와의 관계규명 결과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평준화 제도는 1974년 당시 망국적 과외병을 치유하기 위해 도입되어 지금까지 약 3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정책이다. 아울러 평준화 시행 이후 이전의 고입경쟁과 과외문제가 해소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평준화가 고교입시의 문제를 해소하기는 했지만 이후에 대학입시의 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목고 설립 찬성자들은 이 점을 부각시켜 평준화가 입시체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교평준화가 중학교입시 과열경쟁, 고교입시 과열 경쟁 그리고 대학입시 과열 경쟁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지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종국적으로 더 높은 사회 지위를 보장하는 대학의 고착된 서열이 모든 입시과열의 본원지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중학교 입시가 문제일 때에는 중학교 서열이 원인이었으며 고교입시가 문제일 때에는 고교서열이 원인이라는 판단아래 중학교 무시험전형 입학과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입시가 문제라면 대학서열이 원인이라는 것은 자명한 논리의 결과다.

평준화의 문제라고 한다면 더 다양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평준화 폐지론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들어 획일화를 조장하는 교육정책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실 획일화된 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입시체제며 대학서열이다.

고착된 대학서열은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경쟁을 부추기고 획일적인 성적 서열의 경쟁을 발생하게 한다. 평준화 안에서 다양한 교육을 하지 못하는 것은 대학서열과 입시체제가 획일화된 성적 서열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준화는 그나마 학생 간 성적 서열의 경쟁이 학교 간 서열 경쟁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아내고 있다. 따라서 평준화가 입시체제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허위며 대학의 서열화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목고의 추가 설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입시체제를 옹호하는 견해를 숨기고 있으며 아울러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경우에도 입시체제의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림으로써 대학 서열화에 바탕을 둔 입시체제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감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벌사회를 위한 기득권자들의 노력

그런데 이 지점에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사태의 진실이 이러한데도 특목고 설립 주장자들이나 평준화 폐지론자들은 어째서 대학 서열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특목고를 추가로 설립하거나 평준화를 폐지함으로써 입시체제를 더욱 강화시키려 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서열이 문제인데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평준화가 문제라는 거짓된 지적을 하는 것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대학서열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거짓된 주장을 하면서까지 고착된 대학서열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도 대학서열화가 유지됨으로써 초중등교육이 입시체제의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하여 교육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어떤 이들은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 대학간의 일정한 서열은 불가피하고 강변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첨예한 대학 서열구조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실제로는 별 볼일 없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현재의 대학서열의 유지가 현실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다는 결론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는 통계와 근거는 실제 많이 있다.

권력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학벌주의 구조가 곧 권력구조인 사회이다. 이는 단순히 학벌집단간의 이해관계에 의하여 권력분배가 이루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벌주의 사회는 특정 학벌에 의한 권력의 독점구조가 고착화되어 사회계급 계층간 관계구조와 사회진출의 경로와 이동에 있어 학벌이 지표로 작용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학벌주의 사회에서 고착된 대학서열이 유지됨으로써 그동안 이익과 혜택을 입었던 사람들 그리고 대학서열 구조가 깨어짐으로써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잃게 될 사람들이 누구인가. 소위 명문 학벌의 수혜자들이 아닌가. 대학의 서열이 곧바로 명문 학벌이 되는 현실에서 대학 서열의 붕괴는 곧바로 명문 학벌이 누려왔던 수혜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대학서열에 대한 비판은 명문 학벌이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금기시 되어 왔으며 그나마 학벌타파 운동 을 통해 입시경쟁의 원인이 고착된 대학 서열에 있다는 지적이 있게 되면서 문제되기 시작하였다.

또 교육문제의 전문가들이 대부분 이러한 명문 학벌의 수혜자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기득권까지도 대상화 할 수 있는 비판정신을 보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대부분 명문 학벌의 수혜자들에게 맡겨져 있는 지금 사실상 해결의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말로는 입시체제와 사교육비의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떠들면서 실재로는 평준화 폐지와 같은 엉뚱한 주장을 통해 국민들의 시야를 교란시켜 입시체제와 대학 서열을 공고히 유지함으로써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켜 갈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결코 교육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교육주체가 나서야 할 때

그렇다면 이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개혁주체의 자리에 누가 서야 하겠는가. 그 동안 입시이데올로기에 눈을 가려 사실을 보지 못하고, 학벌이데올로기에 귀가 막혀 진실을 듣지 못한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목고 설립이 결국 대다수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기보다 입시체제와 대학 서열화를 유지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기관이 될 것인지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특정 계층을 위한 교육현실은 극복해야 한다. 교육은 무엇보다 인간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며 민주시민사회에서 인간을 위한 교육이란 현실적 조건과 무관하게 보장해야 할 공공영역에 속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은 인간을 위한 교육이 아닌 특정 계층을 위한 교육으로 왜곡되어 왔으며 기득권 세력들은 이를 더욱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본래성 회복을 위해 대다수 국민들의 교육 주체로서의 권리를 위해서 반드시 이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특목고 벨트'가 누구를 위한 교육기관의 설립인지, 평준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누구를 위한 논리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냉철하게 비판하는 교육주체로서의 국민들의 실천적 동참의지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