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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의 선구자 故 김대중 대통령님을 보내며"
김기석(前 국회의원, 부천미래포럼 이사장)
2009년 08월 25일 (화) 07:08:51 김기석 gjinkr@naver.com

김기석(前 국회의원, 부천미래포럼 이사장)

   

"국민에게 길을 물으셨던 선생님"

저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선생님을 오늘 가슴에 묻었습니다.평소 선생님께서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셨던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선생님과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과 한스러움이었습니다.

인동초(忍冬草)로 상징되는 선생님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그 죽음의 병상을 털고 반드시 일어나실 것으로 믿었는데, 이제는 선생님을 뵐 수 없다는 서글픈 현실 앞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광야에 서있는 참담한 심정입니다.

오늘의 슬픔은 어떤 형용사로도, 어떤 눈물로도 표현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을 보내야하는 작금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자리가 너무도 크고 아쉽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국민에게 길을 물으셨고, 국민이 있는 곳에 함께 있기를 원하셨고, 국민의 체온 속에서 정치와 문화를 재창조하려 하셨던 민족의 지도자요, 진정한 우리의 대통령님이기에 더욱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아직은 선생님의 가르침이 더 필요한데 가까이에서 선생님을 모셨던 비서이고, 선생님으로부터 정치와 인생을 가르침 받았던 제자이기에 더더욱 슬픔의 무게를 감내하기 힘겹습니다.
 
"정치는 흙탕물 속에서 피우는 연꽃이다"

눈을 감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기억을 따라 선생님을 찾아 갑니다.어둡고 암울했던 시절, 제가 가락청년회중앙본부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1980년도 이른 봄날에 가택연금에서 잠시 벗어나신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의 순발력과 정치적 감각을 눈여겨보시고 직접 동교동 지하서재로 부르셨습니다.

청년사업가이자 "자연인 김기석"의 인생이 선생님으로 말미암아 "정치인 김기석"으로 바뀌었고 떨리는 마음, 찰나의 순간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즐겨하시던 茶를 두고 선생님께서는 "정치는 흙탕물 속에서 피우는 연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험난하겠지만 함께 하는 동지가 되자며 저의 손을 이끄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선생님과의 인연이 어느덧 삼십 성상이 되었습니다. 배기선 동지, 설훈 동지 등과 함께 비서로써 지근거리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동고동락했던 시절이 저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했던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총재보좌역으로 그리고 비서실 차장으로, 새천년민주당 직능위원장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정치와 인생을 배울 수 있도록 하셨던 가장 큰 어른이셨고, 아버지이셨고, 영원한 스승이셨습니다.

"담쟁이와 소나무 그리고 국민을 위한 정치"

선생님께서는 항상 국민을 위해, 민족을 위해, 인권과 평화를 위해, 그리고 통일을 위해 고민하시고,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노심초사하셨음을 기억합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단 한 번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시고 길이 막히면 정정당당하게 뚫고 나가셨습니다. 또한 어렵고 고통을 받는 국민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셨고 함께 아파하셨고 함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며 섬김의 삶을 실천하셨습니다.

동교동 담장 밖의 보수언론과 군부독재정권에서는 온통 빨간색으로 선생님을 덧칠했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며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사명감으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남북한의 통일문제에 관하여 연구하시고 고민하시던 모습, 그리고 실천하심을 보면서 역시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임을 인정하게 만드셨습니다.

선생님!,   지금도 제 귓전에 어제의 일처럼 생생히 살아 있는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담쟁이와 소나무"를 비교하시면서 온갖 풍상에서도 홀로 우뚝 서고 넉넉하게 쉴만한 그늘이 되어주는 소나무와 같이 국민을 위해,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보냈지만 보낼 수 없는 선생님이여! 영면하소서!"

오늘은 참으로 슬프고 슬픈 날입니다. 나의 아버지요, 영원한 스승이신 선생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못내 아쉽고 설운 날입니다. 그토록 아낌과 사랑을 주셨던 선생님의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와 함께 저의 마음을 드리며 이제는 보내 드려야하는 처절하게 슬프고 슬픈 날입니다. 저의 마음의 하늘이 무너져 내린 날입니다. 

선생님이여! 부디 편히 영면하소서. 떠나신 선생님을 평생을 두고 그리워하겠습니다.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빚진 자의 심정으로 선생님께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국민을 위한 삶,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 국민에게 길을 묻는 정치를 다짐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의 곁을 떠나셨지만 저희는 결코 선생님을 보낼 수 없으며 또한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세계의 역사와 전설이 되신 선생님을 마음에 품고 선생님의 유지를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겠습니다.

선생님!, 나의 선생님이여! 부디 이 땅의 모든 고통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영면하소서.

2009년 8월 23일
선생님의 영원한 비서실 차장 김기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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