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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국 칼럼]"국회가 저 모양이고 지방의회가 이 모양이더라도"
2009년 07월 27일 (월) 09:19:04 윤병국 g120416@hanmail.net

윤병국(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지난주에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여 일방처리 하려던 사건을 통해서는 의결정족수, 일사부재의 같은 회의 용어들이 국민교육용으로 등장했습니다. 일사부재의일사부재리와 글자 하나가 달라서 헷갈리고, 그래서인지 시험에도 자주 나오던 단어입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일수불퇴', '낙장불입'이라는 익숙한 생활용어(?)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 윤병국 의원
어쨌든 이번 사건은 다수결을 이용하여 일방처리하려던 것입니다. 표결에 부쳐서 다수의 결정에 따르면 민주적으로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오해에 편승하기 위한 것입니다. 협상과 중재라는 회의 과정은 완전히 무시됩니다. 모든 다수결이 선이라면 국회나 지방의회처럼 의원들의 정당소속이 분명한 회의체에서는 안건이 상정될 때 이미 표결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아니,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이미 다수당에게 무소불위의 권능을 줘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선거결과를 이런 식으로 왜곡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회의를 하는 것입니다. 회의 이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칩니다. 회의가 열리면 충분히 정보를 교환하고(제안설명, 질의응답)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정합니다.

표결은 원만한 조정이 안될 때 행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소수라도 해당 안건에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표결 전에 충분히 그 의견을 듣고 조정과 설득의 노력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 민주주의인 것입니다.
 
국회의 미디어법 일방처리는 협상 중인 안건에 대해 일방적 결렬을 통보하고 표결을 시도한 것입니다. 사전 국민여론도 7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민생법안도 아니고 시급한 법안도 아닌데, 합의도 되지 않았으니 충분히 더 협상해야 했습니다. 명분도 없고 급하지도 않은 법안인데도 머릿수만을 믿고 밀어부친 것입니다.

의회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이 합법적일 수는 있어도 민주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마저도 실패작이 되어 버렸습니다. 방송법 표결과정에서 투표자가 재적의원 과반수가 못된 것입니다. 뒤늦게 표결을 다시하고 대리투표까지 하여 과반수를 채웠습니다만 이미 의장의 입으로 투표종료를 선언한 이후였습니다.

투표자가 과반수에 미달하여 의결정족수를 못채운 상태에서 투표종료를 선언한 순간 이 안건은 부결된 것입니다. 부결된 안건을 다시 투표하라고 한 것은 일사부재의의 원칙 위배입니다. 이왕 욕먹을 각오를 하고 뻔뻔한 짓을 하는데 과거처럼 표결을 않고 일방적 통과선언을 해버렸어도 될 것을 머릿수 많은 자랑한다고 전자투표를 시도했다가 자살골을 먹은 것입니다. 굳이 대리투표 사례를 찾아 낼 것도 없습니다.

다수결 만능은 저도 시의회에서 자주 겪는 일입니다. 안건을 놓고 격론 중에 있는데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다수파 의원이 ‘결론 안나는 토론은 그만하고 표결로 결정하자’고 말합니다. 힘이 쭉 빠집니다. 회의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토론을 진행한 것입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마이동풍이고 시간만 가라며 딴청이다가 표결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표결만능주의는 결국 다수의 폭력인 것입니다.

(부광초등학교)인조잔디운동장 조성과 관련해서도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해당 학교 교장선생님은 처음부터 조성하기로 결정해놓고 있었습니다. 반대자가 나타나자 해당 안건에 대해 충분한 정보도 주지 않고 무작정 표결을 실시했습니다. 그것도 투표자의 이름을 적는 기명투표로 했습니다. 그에 앞서 투표로 결정한다는 결정도 혼자서 했습니다. 권력자가 이미 찬성결론을 내려놓고 마지못해 실시한 기명투표에 누가 반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곳곳에서 다수의 힘을 믿고 몰아치는 것이 정당화 되고 있습니다. 국회가 저 모양이고 지방의회가 이 모양이더라도 학교에서나마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워야 장래는 희망을 가져볼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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