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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 칼럼]포드고르니와 유소기, 등소평
2009년 05월 15일 (금) 08:07:10 황인오 i-fire@hanmail.net

황인오(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77년 초여름 소련 삼두체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최고회의 간부회의 의장 포드고르니가 실각했다는 외신이 신문 마다 머리기사로 보도되었다.

   
▲ 황인오 공동대표
당서기장 브레즈네프, 내각수상 코시긴과 함께 흐루시초프 이후 소련 공산당과 정부를 이끌던 삼두체제가 와해되고 브레즈네프 1인 체제가 확립되었다는 신호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나라의 반공교육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도 높게 실시된 터여서 공산도배의 우두머리 국가인 소련이 얼마나 악독한 집단인지에 대해서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초등학교 때 운동회마다 등장하는 허수아비 때리기에는 3대 공산당 우두머리인 김일성과 모택동은 항상 등장했고 3학년(1964년)까지 등장하던 흐루시초프 대신 4학년 때부터는 마치 두루미 마냥 주둥이가 뾰족한 형상의 코시긴으로 소련대표가 교체되어 나왔다.

공산당의 악독함을 알려주는 단골 메뉴의 하나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정적 숙청, 달리 말하면 정치보복에 관한 것이다. 박헌영 일파를 미국의 간첩으로 몰아 숙청한 북한과 스탈린 시절의 끔찍한 대숙청 그리고 중국의 홍위병 등은 반공교육의 단골 소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해 77년 포드고르니를 최고회의 간부회의 의장, 즉 사실상 국가원수직에서 쫓아내면서 죽이거나 감옥에 보낸 것이 아니고 우랄 산맥 근처에 있는 어느 발전소 소장으로 발령을 냈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신문들은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의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을 하루아침에 일개 발전소 소장으로 보내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라며 이 역시 공산당식 악랄함의 또 다른 표현인 것처럼 논평하는 것이 다수였다.

물론 그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일이긴 하나 그때 기사를 읽은 나는 좀 다르게 받아들였다. 아니 그 악랄한 공산당이 정적을 숙청하면서 북한처럼 죽이거나 감옥에 보내지 않고 포드고르니의 원래 전공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예우는 한 것이기도 하고 노동자의 나라라는 소련체제의 성격에도 맞는 것 아닌가.

따라서 소련사회도 그간의 반공선전처럼 덮어놓고 악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문명적인 여지가 있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사실 소련에 대해서는 이따금씩 잡히는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에서 김삿갓이나 박지원 등 조선 시대 문학에 관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들은 적이 있어서 일방적인 반공선전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 정도는 있었다.

어쨌든 그때 포드고르니가 발전소 소장을 얼마나 오래했는지는 알 수 없다. 1903년생인 포드고르니가 숙청될 당시 이미 74세였고 83년인가 그가 죽었다는 보도가 나올 때에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고 했으니 상징적으로 얼마간 재직했을 것이다.

문화대혁명 당시 모택동의 최대 정적이었던 유소기와 등소평에 대해서도 그들을 죽이거나 투옥하지 않고 연금시키거나 하방(下放: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에 의해 자본주의적 퇴폐사조 등에 물든 것으로 지목된 이들을 노동을 통한 사상개조를 시키기 위해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낸 것을 지칭)의 방법으로 숙청한 사례에서도 공산당이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는 등 야만의 세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어렴풋한 인식이 싹튼 셈이다.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정적 숙청, 정치보복도 소련이나 중국에 비해 더 문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김구선생이나 조봉암의 사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박정희, 전두환의 집요한 보복을 중국이나 소련의 사례가 훨씬 문명적이라고 할 정도이다. 장준하 선생의 참극도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음험한 국내정세와 무관하다고 보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1949년 국회프락치 사건도 친일부역배들이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희대의 야만적 숙청극이었다. 1952년 이승만의 사주를 받은 땃벌떼, 백골단 등 족청 계열의 정치깡패들이 벌인 부산정치파동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정치적 반대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음모와 야만적 테러는 끊이지 않았다.

5.16 쿠데타와 1972년 유신쿠데타 당시에도 수많은 민주인사와 야당 국회의원들을 끌고 가서 온갖 폭행과 고문을 자행한 일,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함께 전 국민을 상대로 벌어진 잔인한 테러 보복극으로 절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현대사의 정치보복은 1998년 김대중 정부에 의한 최초의 정권교체 이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노무현 정부로 바뀐 직후 있었던 이른바 대북송금 관련 특검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어떻게 보더라도 과거 정통성 없는 독재정권들의 정치보복과 같은 반열에 놓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권좌에서 내려 온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치졸하고 노골적인 정치보복은 이 나라의 국격(國格)을 수십년 뒤로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수구세력들의 패착이 될 것이다.

60년 ~70년대 냉전시대 모택동이 유소기와 등소평에게, 브레즈네프가 포드고르니에게 했던 정적 제거보다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정치보복극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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