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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권한과 기회를 줘야"
신동진(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활동가)
2009년 04월 12일 (일) 03:40:51 신동진 noosphere@hanmail.net

신동진(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꾸마' 활동가)

동아리 모임에 온 고등학생 아이가 유난히 싱글거린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다음 주는 수요일에도 놀고 주말에는 수학여행이라며 생각만 해도 좋단다.

교육감 선거 날이 공휴일이 아니라서 그대로 출근은 출근대로 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투표도 해야 하는 가엾은 직장인인 나는 학생들만 놀아서 좀 배가 아프던 차였다. 
 
   
▲ 신동진
"근데 도대체 교육감 선거에 니들이 왜 학교를 안가는 건지 난 모르겠다~ 교육감선거를 하면 그날은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거 아니야?" 하고 슬쩍 퉁을 쳤는데 글쎄 이 녀석은 수요일이 교육감 선거라서 임시 휴일이었는지도 몰랐다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아닌가? 자기는 그냥 수학여행을 일요일 끼고 가기 때문에 평일에 하루 놀게 해주는 줄 알았단다.

아니 제 삶을 좌지우지할 정책을 만들 경기도 교육행정의 수장을 뽑는데 그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냐며 한마디 하려다 이 녀석이 몸담고 있는 현실이 퍼뜩 생각나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교육행정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는 현실정치란 그저 저 먼 곳 어른들의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아이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한국사회에서는 정작 수혜자인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정책을 원하는지, 교육환경을 어찌 조성해 주어야 할런지를 물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없는 것은 비단 교육감선거의 투표권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제가 다니는 학교의 '용모단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대체 언제쯤 시험을 보면 좋은지, 0교시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선택할 권리도 없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강요한다.
 
나도 어른이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것도 아니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시키는 그대로 어른들이 사는 것도 아니다. 제가 겪고 해내야하는 일을 남이 정하는 방식대로 해야 하는 게 지금 아이들의 모순된 삶이다.
 
아이들을 만나다보면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조차 책임과 자기결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을 만나게 되는데, 대체 이 대한민국 사회는 어째서 열일곱 여덟 먹은 녀석들이 자기 삶을 소중히 하고, 멋들어지게 만들어갈 수 있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아이들은 틈나면 놀려고 하고 빠져나가려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늘 숨이 턱턱 막히게 조여 있는 삶속에 놓여있기에 작은 틈이 보이면 튀어나가려고 하는 것 이야 당연한 이치 아니던가!
 
창의력, 리더쉽을 소중한 가치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그렇게 초등학교부터 십이 년의 시간동안 아이들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길들이고 나서는 요즘 대학생은 제 시간표 하나 못 짜고 자기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책임감이 없다고 개탄한다. 이런 재미없는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
 
아이들에게 권한을 주고, 기회를 주자. 어릴 때부터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소소한 좌절과 성취를 경험해봐야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주인'으로써 자라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투표권을 가지게 되는 순간 갑자기 '시민'으로 변신하는 게 아니다. 네발로 기고 구르고 달려가며 서서히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민의 젖을 먹이고 혼자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기를 좀 더 앞당기자.
 
새로 선출된 경기도 교육감이 좋은 정책을 많이 내고 아이들의 삶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것 이라고 기대하며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어른들이, 학자님들이 생각하는 '좋은 것'을 시도해 보기 전에 아이들에게 제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신들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나눠주자.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저 꼭대기에 닿을 수 있는 제도와 루트를 만들자. 권한을 받아 안는 게 낯선 녀석들이 처음에 이런저런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그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고 다시 제 인생의 주인으로써 권리를 행사하고 자기 삶을 둘러싼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버텨주고 보듬어 주는 게 어른들이 할 역할이 아닐까?

   
신동진 님은 2살부터 부천에서 산 부천토박이입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부터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꾸마>에서 청소년들과 멋지게 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청소년활동가 바리로 일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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