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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m 고지서 울려 퍼진 설 인사
영공 파수꾼들의 특별한 설맞이
2004년 01월 20일 (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고향을 향하여, 큰 절!”
“어머니, 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둔 1월 15일(목) 아침, 해발 1200미터의 산 정상에서 온 산이 떠나갈 듯, 장병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365일 영공 감시에 여념이 없는, 대구 인근 팔공산에 위치한 ‘한반도의 눈’인 공군 제30방공관제단 예하 8196부대에서는 산 정상에서 그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설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 가족과 함께 만두를 빚고 있는 장병들
ⓒ2004 유재석
우선, 일반차량이 들어올 수 없는 1000m가 넘는 고지에 모처럼 모범 장병들의 부모님을 초청했다. 일반 부대와 달리 길이 험해 면회조차도 망설여야 했던 부모님들은, 모처럼 아들을 만나 더욱 뜻깊은 설을 보내게 되었다. 부모님들은 관제부대 장병들만이 이용하는 특수차량인 ‘탑차’(Top Bus : 트럭을 버스 형태로 개조한 차량)를 타고 부대까지 올라왔다.

이날 부대를 방문한 김병구(金炳求·21세) 상병의 어머니 박소남(朴素南·45세)씨는 “추운 겨울에 고생할 아들을 생각하면, 남은 가족들끼리만 즐거운 명절을 보내는 것 같아 내심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한 가족처럼 지내는 부대원들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며 즐거워했다.

한편, 부대 간부의 부인들이 정성을 들여 준비해 준 차례상에는 대표적 설 음식인 떡국을 비롯해 각종 전, 한과와 과일 등이 일반 가정의 차례상 못지 않게 정성껏 준비되었다. 부대장의 인솔하에 장병들은 차례로 차례상 앞에 나와 큰절을 올리고, 고향까지 닿을 정도의 우렁찬 목소리로 부모님께 설 인사를 전했다.

   
▲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작 윳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장병들
ⓒ2004 유재석
차례를 지낸 후에는 윷놀이와 널뛰기 등 설날의 단골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연병장에 커다란 멍석을 깔고 간부와 병사가 2인 1조가 되어 ‘화합의 장작윷’을 던질 땐, 윷가락이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장병들의 함성소리로 부대가 떠나갈 듯 했다.

연병장 다른 한 편에서는 ‘널뛰기’도 한창이었다. 힘껏 발을 굴러 뛰어오르면 구름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는 이 곳의 널뛰기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산사나이들만의 특권이다.

오후에는 부대장병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뽑은 ‘가장 보고 싶은 영화’를 부대 휴게실에서 다 같이 모여 앉아 관람했다. 혹시 이미 본 영화일지라도 전우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즐기는 영화 감상의 재미는 색다르다.

물론, 이런 날에도 경계 근무자 및 관제요원들은 여전히 철통같은 영공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명절도 잊은 채 오직 근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부대 행정계장 오동욱(吳東昱·28세) 중위를 비롯한 10여 명의 장병들은 따뜻한 차와 한과 등을 들고 근무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위문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지난 9월에 입대하여, 군에서 첫 명절을 맞이하는 박정욱(朴廷彧·22세) 이병은 “군대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솔직히 부모님 생각도 나지만, 전우들과 보내는 명절도 평생 못 잊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부대장 신효재(愼孝宰·45세·공사 30기) 중령은 “격오지에 위치한 관제부대 여건상 명절 행사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도 많지만, 부대 차원에서 최대한 배려하여 장병들이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이를 통해 사기도 한층 높아지도록 더욱 힘쓰겠다.”며, “설날에는 국민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철통같은 영공 방위태세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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