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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마음이 조금 풀리셨나요?"
[상담 단상]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2009년 02월 17일 (화)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윤여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  

'상담'은 억울하고 답답한 사람들에게 오아시스의 샘물 같은 것일까요.요즘은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에 피해를 당한 분들을 위로하며 해결책을 찾고 피해구제를 하는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 윤여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지난해 12월 '(사)언론인권센터 회원 송년의 밤'을 마친 다음날, 사무실 앞을 서성대는 낯선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걸음걸이가 불편할 정도로 몸이 편치 않은 분이라 한의원에 가는 환자로만 생각했는데, 언론피해 때문이라며 상담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중국동포인 허 아무개 할머니(78, 중국 옌지)는 고단한 얼굴로 자신이 언론에 피해를 입은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할머니는 1995년 11월부터 1년 동안 한국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고 받지 못한 급여 1,050만원을 받고자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오랫동안 하신 분입니다.

1,050만원의 할머니 자존심

법원은 2004년에 밀린 급여 1,050만원을 지급하라고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식당주인이 지불 불능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노동부와 법무부, 서울시 등에 도움을 청했으나 시효가 만료되어 최후 수단으로 청와대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허 아무개 할머니의 사정은 앞서 많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한 사람이 할머니를 위해 모금운동을 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쌓여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열정적인 시민기자는 이미 교회를 통해 모금활동을 펴고 있었습니다.

성금은 모아졌지만 할머니는 자기 허락 없이 기사를 쓰고 돈을 모은 행위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성금은 다른 중국동포의 장례식비로와 귀향비로 쓰이고 얼마의 돈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에게 외골수로 보였을 것이고, 할머니 입장에서도 자기 뜻과는 다른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 되어버려 절망스러운 듯했습니다.

모금해준 시민기자, 그를 향한 원망의 뿌리는

할머니의 상담 내용은 자기 동의 없이 기사를 쓰고 모금활동을 한 시민기자를 어떻게 벌할 길이 없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시민기자의 모든 것을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할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마음에 안 들었고, 자기가 한국에서 고생하게 된 것도 그 사람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 듯 했습니다. 시민기자는 좋은 일을 했음에도 할머니를 충분히 설득하고 잘 위로하면서 일을 진행하지 못해 서로 오해가 쌓였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시민기자가 할머니의 동의를 얻지 않고 기사화하고 모금활동을 한 것은 잘못이나 그로 인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 해도 만족할 만한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며, 전체적인 정황으로 봐서 그 시민기자가 진심으로 할머니를 도우려 했던 것 같다고 상담해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시민기자를 향한 미움에서 벗어나서 하루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여생을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정을 들으면서 보니 할머니에게 돈은 부차적인 듯하였습니다. 자존심 강한 할머니를 불편하게 한 한국 사람들을 향한 원망이 할머니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갖도록 한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사무처를 떠난 후에도 그 모습은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리봉동 가다

다음날 토요일, 할머니가 기거하고 있는 가리봉동의 '중국동포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니는 어제 상담을 한 이후 밤새 한잠도 못 주무셨다고 했습니다. 그날 오후 나는 남편과 함께 귤 한 봉지를 사들고 할머니가 계신 가리봉동으로 갔습니다.

의외로 할머니는 환한 얼굴로 맞아주시며 제 손을 꼭 잡고 "친구"라고 말을 하셨습니다. 서로 가족에 대해서 물어보고 할머니는 나에게 덕담도 해주셨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할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위로해드렸습니다. 이곳에서 이렇게 고생하시지 말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시면 어떻겠냐고 진심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얘기가 텔레비전에도 나와 빈손으로 고향으로 가는 것이 창피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미 그 시민기자를 용서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신 듯했습니다.

나는 할머니가 하루 빨리 중국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듣게 되기를 바라고, 중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꼭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할머니… 이제 조금 마음이 풀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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