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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 대구출마 선언 "지역주의 벽에 도전"
민주당'공천 물갈이' 불가피
2004년 01월 20일 (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 시작됐다.

   
▲ 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식에서 17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갑 지역구를 떠나 대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구를 포기하고 대구광역시에서 출마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도 전남 순천 지역구 대신 서울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중진의 장재식 의원도 지역구에서 출마하지 않겠다는 불출마 선언을 했다.

조 대표의 대구 출마와 김 의원의 서울 출마를 계기로 민주당은 '호남 물갈이'를 넘어 공천 혁명에 가까운 대대적인 물갈이 국면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19일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조 대표가 대구 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자기 희생과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려면 당 대표부터 솔선수범 해야 한다"며 "다선 중진 의원들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조 대표의 대구 출마는 당 지도부와도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탓에 기념식 행사장에 참석한 당원들은 조 대표의 연설 중간 중간에 '조순형'을 연호하며 조 대표의 결심을 반겼다. 그러나 정작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코너에 몰린 당 중진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이에 앞서 조 대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진출과 당 지도부의 전국구(비례대표) 후순위 배치,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공천 등의 국민적 목소리가 높다"며 "지금은 다선 중진 의원들의 용기와 결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는 호남권을 대표하는 한화갑·박상천 전 대표 등도 조만간 또 다른 '폭탄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순천발 서울행 열차'를 탄 김경재 의원은 19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한화갑 전 대표와 오늘 오전까지 우호적인 설전을 벌였는데, 곧 오리라고 믿는다"며 한 전 대표의 지역구 변경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조순형 대표의 대구행은 정치개혁의 열망`이라며 울먹거리고 있다.

한편, 강북과 노원 등 지역구 주민들에게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하는 대목에서 조 대표는 목이 매이는 등 감정이 복받쳤다. '대구 출마' 결심을 밝히는 자리였던 탓인지 조 대표는 평상시와는 달리 연설 내내 비장하고 높은 톤의 목소리를 이어 나갔다.

곧 이어 감정을 추스른 조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기국회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는 한편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청문회와 특검법' 추진은 이후 총선 정국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결심에 대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수범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정치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대표로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평수 우리당 공보실장은 "왜 이 시점에 느닷없이 노 정객이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실었는지, 혹시 민주당이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오명을 탈색하기 위한 것인지, 새로운 정계은퇴 방법인지 지켜보겠다"고 관망하는 논평을 냈다.

다음은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식에서 조 대표가 밝힌 '대구 출마' 선언 요지다.

"사즉생의 결의와 각오로 높은 지역주의의 벽을 깨겠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17대 총선에서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오랜 선거구인 서울 강북(을)구를 떠나 대구광역시에서 출마할 것을 선언합니다. 이 결심은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고뇌와 번민 끝에 이루어졌습니다.

중앙당 지도부를 비롯한 동지 여러분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결정을 내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특히 저를 5선 국회의원까지 당선시켜주시고 당 대표에 오르기까지 한결같이 저를 지지·성원해주신 강북·성북·도봉·노원구민 여러분과 지구당 당원 동지 여러분께 사전 상의도 없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동료 의원들에게 자기 희생과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려면 당 대표부터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오로지 당과 나라를 위한 외로운 결단임을 이해하시고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선친 유석 조병옥 박사는 1954년 제3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대구(을)구에서 당선되어 1955년 민주당 창당에 이르렀습니다. 대구는 선친이 6·25 전란 중 내무부 장관으로서 대구 사수의 신화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합니다. 대구는 저희 선친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저는 민주당의 오랜 불모지인 영남에 민주당의 깃발을 당당히 꽂으려 합니다. 이제까지 누구도 깨지 못한 지역주의의 높고 두터운 벽에 감히 도전합니다. 이제 저의 정치적 운명은 위대한 대구시민에게 맡깁니다. 위대한 대구시민은 반드시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실 것으로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이 순간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의 교훈을 상기합니다. 사즉생의 결의와 각오로 총선에 출전합니다.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용기를 주십시오.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깨고 저는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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