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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어"
광양 금곡경로당, 짚신 만들어 불우이웃돕기·국내외여행
2004년 01월 19일 (월)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 경로당에 모여 짚신을 만들고 있는 금곡마을 노인들.
ⓒ2004 이돈삼
집안 일을 돌본 노인들의 발길이 마을 경로당으로 향한다. 경로당에 들어선 노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짚더미를 풀어헤친다. 금세 새끼줄을 꼬더니 발로 고정시키고 손을 부산하게 움직인다. 사는 이야기로 얼굴에는 웃음꽃을 피운다. 웃음소리도 유쾌하다.

정면으로 광양 컨테이너 부두가 펼쳐져 있는 광양시 황금동 금곡경로당의 풍경이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볏짚으로 짚신과 멱서리, 덕석 등을 만들고 있다. 여느 시골 같으면 한 해 농사를 끝낸 노인들이 지루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소일거리로 화투를 치거나 장기를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화투나 장기 대신 볏짚으로 짚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것.

   
▲ ⓒ2004 이돈삼
   
▲ ⓒ2004 이돈삼
이곳 노인들이 짚공예를 시작한 것은 경로당 창설 이듬해인 지난 1988년. 처음엔 단순히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으나 잊혀져 가는 옛 문화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여기서 만든 멱서리와 짚신 등은 전국 박물관과 민속촌, 관광지 등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다. 청남대에도 전시돼 있다. 노인들이 한 땀 한 땀 꼼꼼하게 엮고 뒷손질까지 정성껏 한 덕분이다.

최근 장례문화의 변화로 짚신의 수요가 줄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에 40∼50켤레씩 만든다. 공급처는 주로 농협과 가정의 장제용품.

   
▲ 왼쪽부터 김성윤 총무, 김형배 회장, 마을이장.
ⓒ2004 이돈삼
김성윤(75) 노인회 총무는 “짚공예를 하면서 점심을 같이 먹고 술도 한 잔씩 할 수 있어 즐거움이 두 배”라며 “수입금으로 경로당을 운영하고 해마다 선진지 견학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 가장 연장자인 김병윤 할아버지.
ⓒ2004 이돈삼
실제 지난해 회원들은 부부 동반해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베이징, 만리장성 등)을 다녀왔다. 개인들의 비용 부담도 전혀 없었다.

국내 여행은 해마다 두 차례씩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도 보탠다.

가장 연장자인 김병윤(86) 할아버지는 “새끼를 꼬고 짚신을 만들면서 손가락이 다 까져버렸다”고 말하면서도 “밥도 먹고 술도 먹을 수 있어서 좋고 계속 손발을 움직이다 보니 치매도 걸리지 않는 것 같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형배(73) 노인회장은 “날마다 일을 하면서 우애를 돈독히 하니 가족은 물론 마을주민 모두가 좋아한다”며 “노년기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고 돈 벌어 여행도 다니고 불우이웃 돕기도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고 뽐냈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건전한 노인회,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2004 이돈삼

   
▲ ⓒ2004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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