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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끝별 교수의 시(詩) 강의
2008년 06월 28일 (토)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6월 26일(목) 부천 복사골 문화센타 2층 문화사랑방에서 시인 정끝별 교수(전남 나주 출생, 이화여자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8년 <문학사상 designtimesp=4776 designtimesp=423 designtimesp=10348>에 ‘칼레의 바다’,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 2002년 유심작품상, 2008년 소월시문학상 대상)의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가 있었다.

정 시인은 약 5 개월 전에 강의 청탁을 받고는 무슨 강의를 해야 하나 내내 고민을 하였다고 한다. 현재 명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시를 강의하고 있지만 이런 강의 자리가 매우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럼까지 느낀다고 하였다.

정 시인은 시를 쓴 지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무얼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이 문제는 습작 시절부터 심화 확대되는 문제였다고 한다. 이 문제 앞에서 정 시인은 대략 6개월에 한 번 정도로 '맞아! 바로 이거야!'라며 손벽을 딱치는 순간을 느끼곤 했는데 바로 이런 때는 십중팔구 시에 가장 몰입하고 집중하였던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시쓰기를 잠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마치 해녀가 해저를 잠수하는 것과 비슷하여, 잠수하는 해저 깊이의 기록 갱신에 희열을 느끼며 새로운 깊이에 도달했을 때 순간적으로 '아!'라는 외마디를 외치게 되는 느낌과 같다고 하였다.

잠수의 깊이는 시적 깊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깊이에의 도전을 필요로 하고 늘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다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깊은 잠수가 숨을 참는 고통과 육체의 고통을 함께 수반하는 것과 같이 시쓰기의 자기 갱신은 늘 스스로와 싸우는 끈기와 고통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런 고통에의 즐거운 잠입을 위해 '몸'을 만들 때도 있는데 독서나, 음악 혹은 영화 감상, 미술관 관람 등을 통하여 딱딱한 겔(gel) 상태의 몸을 부드러운 젤(jel)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몸이 잠수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물과 대상과 세상과 한 몸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빠른 잠수의 길과 그 깊이를 정확하게 몸에 익히고 있는 자일 것이라고 한다. 부지불식간에 깊은 물 속으로 빨리 들어 갔다 나오는 자가 전문가일 것이다. 이 때에 '아싸!'하는 자기만의 체험을 느끼게 되며, 이 때 좀더 깊고 넓게 시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라고 한다.

정 시인은 자신이 쓴 시를 작각 자신이 설명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후학들을 위하여 자신이 쓴 시로 '칼레의 바다', '밀물', '흰 책', 먼 눈', '그만 파라, 뱀 나온다', '내 처음 아이' 등 6편을 선정하여 그 시들을 쓸 때 고민했던 시쓰기의 문제의식과 깨달음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정 시인은 국문학과를 진학했다는 이유 하나로 20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나 시인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써 본 시의 제목은 '꽃신'으로 대충 내용이 전설, 시집올 때 희망, 여자의 삶과 고달픔 등의 한계가 주어진 테마로 지금 생각을 해보아도 매우 유치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시쓰기에 피와 살이 되었던 것은 문학회 동아리 사람들의 혹독한 합평회였다고 한다. 늘 시를 써 가면 도마질이나 난타를 당하기 마련인데 가장 초라하게 느꼈던 시합평회는 선배들이 시를 보자마자 한 마디 말도 없이 '술마시러 가자'라고 했을 때라고 회고를 한다.

정 시인은 시인은 '시도 과학이다'라고 하며 머리가 제일 좋아야(학습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음) 맛있는 말로서 맑게 통하게 하며 건너 뛰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으며 기타  철학, 종교, 사회과학 등 주변 학문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상에는 시 보다도 더 시답게 사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의 삶이 바로 시로 되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가슴을 언어로서 표현하는 기술을 쌓아야만 하는 것이다. 시의 언어는 맨꼭대기에 머물러 있으므로 시를 잘 쓰기 위하여는 이런 주변의 철학, 음악, 미술 조차도 두루 섭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등단 작품인 '칼레의 바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시에 "칼레는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로 1347년 영국 군대가 점령하여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칼레 시민들에게 모든 칼레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려면 여섯명의 칼레시민이 시의 열쇠를 가지고 와 사형 받을 것을 요구하였다."라는 프롤로그(제사)를 끌여들인 배경을 설명했다.

칼레를 대표하는 6명의 서로 다른 역동적 모습의 대표 칼레시민 모습을 로댕이 청동으로 조각을 하였는데 이 모습을 보고, 정 시인은 시를 지을 당시 87년 6월항쟁을 바로 겪은 터라 80년 5.18 광주 항쟁을 떠올리면서 '칼레의 바다'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시는 시대와 그 시대의 삶을 반영하게 되며, 당시는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운동권의 시가 태동하던 시절인지라 다소 시가 선동적 구호가 많았으나 자신은 나름대로 이런 시류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란다.

1347년의 칼레와 그 작품을 소재로 만든 로댕, 1980년 5월 광주항쟁 그리고 화자인 정 시인의 현재를 잘 버무리는 일이 제일 중요하였다고 한다.   

대문호 박경리는 '토지'라는 대하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소설속에 하도 많은 등장 인물에 혼선이 와 일시 인물들을 다시 정리코자 쓰는 것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짝퉁 민족문학의 경우에 소설을 쓰면서 직장에서 산업재해를 입어 외팔이가 된 사람이 정부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가 외팔이였음을 잊고 작가가 흥분을 하여 '한 손에 깃발을 들고 또 한 손엔..'라는 식의 우를 범하기도 한단다. 정 시인은 문학은 결코 혼돈이 아니며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소설가 김 훈은 '남한산성'을 쓰면서 먼저 몽당 연필로 머리 속의 산, 강, 도성 숭례문 등등을 거리도및 배치도를 그려 놓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소설 창작의 기본으로서 머리 만으로 소설을 쓰면 오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문학에서는 시인이든 소설가이든 시간, 공간, 인물을 설정 후에 과학적이면 논리적인 서술이 기본이다.   

'옹관(甕棺)이란 작품은 결혼한 후 유산의 아픔 속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여자의 자궁이 아이의 무덤으로 되기도 하다는 생각에 동그란 아기 집의 자궁 모습에 옹관묘를 택하였으며 자궁으로 이어지는 탯줄은 길로 묘사를 시켰다고 하였다.

사실 자궁은 유산의 경우는 묘가 되지만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곳으로 이는 마치 '이별이 사랑의 시작'인 점과 흡사하다 할 것이다.

인간은 자궁과 탯줄의 길을 통하여 세상에 나왔듯이 모든 인간은 모태를 그리워 하는데 여자는 모태를 가지고 있고 남자는 자궁이 없는지라 남자가 모태를 그리워 하며 자궁을 가진 여자를 더욱 열망하게 된다고 한다.

인간이 태어남은 고통을 수반하게 되며 절망과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진정한 시가 탄생되는데 이 시를 쓸 때는 '언어의 주술성'을 믿었던, 언어의 힘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가까스로'라는 단어와 '다행이다'라는 두 단어를 떠올리면서 쓴 시 작품이 '밀물'이다. 이 시를 쓸 때는 시의 여백과, 시의 부피 혹은 무게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시는 이 음식 저 음식을 마구 싸담는 부페의 접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는 접시의 흰 가장자리를 강조하는, 접시 위에 놓인 재료를 가장 신선하게 살리는 그런 정갈한 접시임을 생각했다고 한다.

더불어 행복은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세상에 존재하기에, 행복이란 세상의 풍파가 잠잠했을 때이다. 즉 바다가 성나면 매우 무서운데 그 속에 행복도 존재함을 의식하면서 이 '밀물'이란 시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흰 책'이란 시는 함박눈이 집 베란다나 차 안의 사람에게도 여러 감정으로 다가 오지만 남과 다르게 느껴야만 시가 될 수가 있다. 어떤 어리석은 제자는 자기가 쓰려고 했던  게 혹은 쓰고 싶었던 게 모두 이미 책에 이미 나와 있어서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니 책을 못읽겠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작가는 기존의 글이나 작가의 수준을 뛰어 넘어야만 한다.

만약 후배 작가가 선배들의 영역을 뛰어 넘지 못한 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이것은 후배작가들의 선배 작가에 대한 일종의 직무유기로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먼 눈'은 제목에서 부터 바라보는 눈인지 하늘에서 내려 오는 눈인지 제목에서 부터 다양성을 주었다. 무슨 눈이 되었든 만지고 느끼고 비틀고 맡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선에 비린내가 난다.'라고 하면 산문이지만 '생선에서 꽃향기가 난다.'라고 말하면 이때부터 시적 상상력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담배곽을 구기다'를 잘 못 오타를 치는 바람에 '담벼락을 구기다'라 표현되었는데 이 잘못 친 오타가 되려 시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이치와 같다.   

김춘수의 시 '소냐에게 (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를 인용하면서, 시는 때로 '그 분이 오셔야' 시가 써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는 '들림'의 상태에서, 즉 시를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이 들려 주는 것'을 시인은 그냥 받아 쓴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 근접해서 쓴 시가 바로 '먼 눈'이라고 하였다.

그 녀의 시 가운데 '그만 파라, 뱀나온다'라는 시작은 이전에 한 정치가 기자들에게 뒷조사를 그만좀 하라는 의미로 뱉은 말에다가 자신이 귓파주기의 습벽을 함께 담아 낸 것이란다. 안보이는 곳에 대한 구멍 들여다 보기 및 청결의 당위성에 리듬감을 실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내 처음 아이'는 꿈과 현실, 기억과 상상, 과거와 미래, 나와 타자 등이 뒤섞이는 경험 속에서 쓴 시라고 한다. 자신이 어릴 적에 팔이 빠진 기억이 있어 언니에게 업혀 온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의 언니도 그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꿈 속에서 현실보다 더 많이 울었던 기억들 등 이런 것들은 꿈과 현실이 뒤엉켜 시간과 공간의 흔들림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처음 아이'란 시도 이런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다가 '아이'와 '울다'라는 두 단어의 압정을 박아서 시로 승화시켜

그 녀의 시 가운데 '그만 파라, 뱀나온다'라는 시작은 이전에 한 정치가 기자들에게 뒷조사를 그만좀 하라는 의미로 뱉은 말에다가 자신이 귓파주기의 습벽을 함께 담아 낸 것이란다. 안보이는 곳에 대한 구멍 들여다 보기 및 청결의 당위성에 리듬감을 실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내 처음 아이'는 꿈과 현실, 기억과 상상, 과거와 미래, 나와 타자 등이 뒤섞이는 경험 속에서 쓴 시라고 한다. 자신이 어릴 적에 팔이 빠진 기억이 있어 언니에게 업혀 온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의 언니도 그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꿈 속에서 현실보다 더 많이 울었던 기억들 등 이런 것들은 꿈과 현실이 뒤엉켜 시간과 공간의 흔들림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처음 아이'란 시도 이런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다가 '아이'와 '울다'라는 두 단어의 압정을 박아서 시로 승화시켜 놓은 작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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