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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조사모삼(朝四暮三)'의 교훈을 알라
[김학웅 언론피해구조본부장 특별기고]
2008년 06월 03일 (화)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김학웅 <변호사. (사)인권언론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란 결과의 정당성만큼이나 절차적 정당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정치 제도이다. 이 대통령이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는 미국에서는 이를 '정당한 절차(Due process)'라고 하여 헌법적 원리로 인정하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표현의 자유이고, 이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구체적 형태가 대한민국 헌법이 명문화한 집회·  결사의 자유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사람 저공(狙公)은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해지자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였고, 화가 난 원숭이들이 항의하니 '그렇다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조사모삼·  朝四暮三)' 고 하여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이든,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이든 어차피 7개라는 결과는 같으므로 원숭이들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도 하고, 저공을 한낱 협잡꾼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원숭이들은 아침을 더 많이 먹어야 효율적으로 노동을 할 수 있어 아침에 4개를 원했고,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저공이 최초의 결정을 번복했다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저공은 합리적 사고를 하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사모삼'은 원숭이들이 독단적인 결정의 비합리성을 지적하자 저공이 이를 겸허히 받아들임으로써, 저공과 원숭이들이 모두 만족하는 결론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듯 어떠한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당사자 모두가 만족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근대시민혁명 이전의 시대는 절대군주의 말 한마디면 멀쩡한 산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궁전이 들어설 정도로 지극히 효율적인 시대였다. 그러나 그 효율은 군주를 위한 효율인 동시에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앗아가는 효율이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그러한 효율을 파괴함으로써 탄생하게 된 정치제도이다.

시장의 자유 역시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시장은 먹기 싫다면 사먹지 않으면 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상의 시장도 존재한다. 자유로운 상품의 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유로운 사상의 유통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정치권력을 전리품으로 여기듯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남용함으로써 사상의 시장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헌법은 청소년들이 부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랫말을 통해 거리로 뛰쳐나와 항의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상의 자유 시장을,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던 권력이 결국 국민들에게 굴복해야 했던, 불과 20여 년 전의 1987년 6월을 기억하는가.

'조삼모사'의 결정을 '조사모삼'으로 번복한 저공의 지혜를 배우는 길만이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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