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부천시가 올 10월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이하 엑스포)>를 앞두고 홍건표 시장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는 급하게 서둘러댄  홍시장의  '자승자박' 의 결과이다.

홍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엑스포가 권병웅 총감독사퇴, 사무총장 인선문제 등 예상치 못한 내부의 분란으로 파행을 맞고 급기야 시의회에 상정한 경도시책추진보전금 20억마저 삭감되자 홍 시장은 이 모든 것을 언론과 시민단체, 의회 탓으로 돌리고 있다.

엑스포 조직위 내부의 준비 부족과 집안단속을 하지 못한 것을 조직위원장인 홍건표 시장은 이를 반성하고 시민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적반하장도 유분수이지 오히려 언론과 시민단체, 시의회 탓으로 돌리며 '분풀이' 를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 조직위원은 부시장을 향해 "경기도 국장급 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며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가하면, 이사회 공식석상에서 “앞으로 기자들이 무형문화재선생들을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코너에 몰린 홍 시장은 시의회를 찾아와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예산을 세워 달라"고 당부하고 이마저 제대로 먹혀들지 않자 지난 22일 6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예산전용' 등 모든 동원을 해서 엑스포를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홍 시장은 시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된데 대해 "예결위 구성이 5(민주당)대4(한나라당)로 이상한 꼴이됐다"며 "시의회가 역할을 못하고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의회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 정치적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대해 오명근 의장은  23일 본회의장에서 "(홍건표시장은) 의회의 결정에 불만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 집합교육,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를 성토하는 장으로 몰아갔다. 예산심의는 의회 고유기능이며, 고유업무다. 이 같은 고유업무 수행에 대해 '횡포를 자행한다', '삭감을 철회하라'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과연 올바른 시정인지 되묻고 싶다"며 홍 시장을 향한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앞서 경기도비 20억 외에 시 집행부가 올린 추경예산안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공방거리 예산도 있었다. 상동 영상단지에 짓고 있는 공예공방거리는 당초 12억원이 편성됐는데 지난해 12월, 3억5천만원을 추가로 요구하더니 이번에 다시 10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해 왔다.

윤병국 시의원은 " '염치없지만 세워 달라'며 기획재정위원회를 방문했던 시장이 21일에는, 예결특위를 찾아와'그냥 대충 집 짓는 것 같은 줄 알았다'고 한 말에  기가 막혔다"면서 "어찌 15억원짜리 집을 대충 짓습니까? 저는 시집행부가 이렇게 일을 대충하는지 똑똑히 알게 됐다"고 의정일기를 통해 쓴소리를 남겼다.

홍 시장의 "염치없다"는 그 말 자체가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일들이 썩 잘된 일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인데 이 같은 시장의 시행착오적이며 독선적 행태가 민선시장으로 바람직한 행동일까 되짚어 보아야 한다.

홍시장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준비과정에는 문제가 없으며 무형문화재선생들이 보여줄 '판'을 깔아주고 시연할 '전시장' 만 만들어 주면 엑스포가 성공할 수 있는데 언론과 시민단체, 의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홍 시장의 준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사실일까? 엑스포는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홍 시장은 4년간 준비했다고 하지만 최초 엑스포 프로젝트가 밝혀진 것은 부천시가 밝힌 것이 아닌 홍건표 시장의 동생 홍국표씨가 무형문화재관련 문건을 지난해 5월 사적으로 언론사 기자에게 메일로 보낸 것이 최초의 시작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홍 시장은 2007년 5월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엑스포준비는 사실이며 이 모든 과정에 동생 홍국표씨가 개입되어 있음을 시인한데 이어 부천시는 엑스포관련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했고 올 1월초 용역보고서가 나왔다.

'세계'라는 타이틀이 붙은 엑스포 행사. 그리고 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큰 행사를 용역결과가 나온지 불과 10개월 만에 치른다는 자체가 졸속이며 준비부족인 셈이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용역보고서에는 주 행사장소로 상동영상문화 단지였으나 이 후,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상동호수공원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또한 영상문화단지 내 야인시대 세트장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세트장은 영화촬영을 위한 가건물로 안전상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시의 당초 계획이 주먹구구식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뿐만 아니다. 총입장객 122만 1천명 중 유료입장객은  용역결과 보고 이후 70만8천명에서 40만명으로 내려 잡을 계획을 세웠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용역보고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조직위 스스로가 유료관객유치에 자신이 없어 하향 조정 한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총수입은 입장수입 61억, 휘장사업10억, 임대사업 3천만원 등 71억6천만원 수입으로 소요비용  64억1천만원을 빼면  순수익 7억5천만원으로 흑자 개최라는 주장이다. 용역보고서를 멋대로 수정하고 계획을 변경하는 것을 보면 이마저 신뢰할 수 가 없다.

정상적인 계획대로 라면 엑스포 개최 4개월을 앞두고 외국 참가자들의 윤곽이 나와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것도 준비부족이다 . 이런 사실을 조직위 이사들도 알았던지 올해는 부천과 교류를 맺고 있는 일본, 중국, 미국 등 자매도시를 초청해 행사를 치르고 내년도에  제대로 잘 치러보자는 의견이 지난 20일 4차 이사회에서 나왔다.

홍 시장은 올해 행사는 내년의 본 행사를 대비한 사전행사라고 하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64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써서는 결코 안 된다.  예비행사가 성공적으로 잘 치러져야만 본행사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예비행사를 보고 누가 본행사가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며 예산을 세워주겠는가?

그동안 부천시의회에서는 홍건표 시장의 정책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의 절대우위를 바탕으로 시집행부의 정책을 대부분 수용해 줬다. 하지만 이번 엑스포와 관련해 기획재정위원회와 예결위에서 엑스포 관련 예산을 꼭 세워줘야 한다며  홍 시장을 위해 총대를 맨 의원이 없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홍건표 시장은 시의회의 결정과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 올 10월 개최 예정인 부천세계무형문화유산엑스포를 내년 10월로 연기해  성공적인 엑스포를 치르는 것이 무형문화재선생님들과 부천시민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엑스포 관련 김관수 시의원 의정발언

지난해 12월 10일 열린 제140회 부천시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김관수 시의원은 "국제행사를 유치하거나 개최하려면 지방자치법 제 39조 제1항 제1호 제10호와 대통령령으로 정하여진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7조 규정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의회의 의결 승인 없이 시 집행부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여 축제를 치루겠다고 총 요소예산 64억중 2008년 초기 단계비용 30억원의 예산심의를 요구해 왔다" 며 시 집행부의 예산안 상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시집행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2008년 1월 조직위원회 구성 및 해외무형문화재 유치 협의, 2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에 국제 행사계획 승인 신청, 승인이 나면 행정자치부에 국비를 신청하는 절차로 중앙 투·융자 심사를 신청하겠다고 했으나 그간 추진 상황과 향후 추친 계획 어느 곳에도 의회의 의결 승인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번 회기의 상임위원회 예산심의조정 중, 해당 부서장에게 이러한 내용(지방자치법 37조 및 39조)을 설명하자 무지의 소치인지 나름대로 자의적 법률해석과 변명으로 일관 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법률 검토 없이 예산을 편성한 예산 법무과장 및 엑스포 준비단장 등을 엄중 문책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