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양은 의공학자를 꿈꾸는 발명 소녀다. ⓒ2004 이수정

“만화가, 기자… 제가 꿈꾸었던 것들이에요. 그런데 발명을 한 후부터 모두 다 취미가 됐어요.”

대전 호수돈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배은경(17)양은 발명소녀다. 생활용품의 불편한 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무엇이, 왜 불편한지 원리부터 따져 가는 것을 시작으로 개선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실험으로 실생활의 불편 사항을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

배양이 발명소녀가 된 것은 발명이 생활화된 가정환경 때문이다. 학생들을 발명 지도로 대학에 진학시키기로 정평이 난 아버지 배준영(대덕 전자 기계고등학교 산업전자과) 교사, 해외여행은 발명 후 받은 상품으로 다닌다는 어머니 강선옥씨, 미래의 발명가를 꿈꾸는 동생까지 배양의 가족 모두는 발명을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하고 있다.

배양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지난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된 이러한 분위기는 배양에게 색다른 습관을 안겨줬다. 주머니 속에 항상 메모할 것을 넣고 다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원리를 찾아내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없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실생활에서 발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본’이라는 게 배양의 설명이다.

“메모지와 볼펜은 항상 갖고 다녀야 해요. 길을 가다가 번뜩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둬야 하기도 하고, 메모해 두지 않으면 자꾸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가족 모두가 일상에서 발명을 어렵지 않게 실천하고 있기에 배양 집의 각종 발명품들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알람시계에 맞춰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인터넷에 접속이 되지 않는 '인터넷 사용시간 제어기', 조금만 움직여도 클릭 할 수 있는 '장애우 전용 마우스', '움직이는 알람시계' 등 집안 곳곳에 발명품들이 넘쳐난다.

“발명은 어렵지 않아요. 생활 속의 불편한 점을 느낀다면요. 대부분 이런 것들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기에 발명을 하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발명 작업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지만 아직은 아는 것보다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은 배양은 과학적 원리를 따져 나갈 때, 아이디어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할 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족회의에 회부하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회의를 하다보면 어느새 문제의 실마리도 풀리기 때문이다.

생활 속 발명 실천으로 각종 발명대회에서의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특허청에서 주최한 제 1회 발명 장학생 선발대회에서 전국 1등급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위의 끝 부분을 뭉뚝하게 만들어 인스턴트커피 포장지를 자를 때 포장지 윗부분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한 당시의 발명 가위는 실생활에서 두 번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작품이었다.

“공들여 만든 발명품을 대회에 갖고 나갔을 때 심사 위원들 앞에서 설명을 해야 하거든요. 어느 부분에 대해 착안했고, 어떤 점을 보완했는지. 심사 과정에서 저도 생각지 못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곤 해요. 대회에 나가서 배우고 돌아오는 거죠.”

배양이 발명을 하면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낄 때는 누군가 자신의 발명품의 편리함을 알아줬을 때다.

“지난해 발명대회에서 장도리를 겸한 벤치를 전시한 후 이송 도중 도난을 당했어요. 제 물건을 누군가 가져갔다는 불쾌함 보다는 얼마나 생활에 불편함을 느꼈으면 그걸 가져갔을까 하는 마음에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발명소녀의 장래 희망은 의공학자다. 과학자를 꿈꾸었던 배양에게 우연히 TV 속의 장애인이 눈에 들어온 후부터 갖게 된 꿈이다. 장애인들을 위해 끊임없이 발명을 할 수 있어 목표로 정한 분야이기도 하다.

“TV에서 다리가 없는 꼬마가 전동식 의족을 끼고 야구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다짐했죠. 생활 속에서 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만들어 주겠다고요.”

발명 소녀 배양의 야무진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