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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은 준비하셨습니까 ?
불경기로 썰렁한 설밑 그래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2004년 01월 17일 (토) 00:00:00 오마이뉴스 webmaster@ohmynews.com

   
▲ ⓒ 배수원

민족의 명절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설'하면 전국의 모든 도로들이 막히고 몸살을 앓는 귀성전쟁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설 것입니다. 아이들도 설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고, 좀 계산이 빠른 아이들은 '세뱃돈을 좀 많이 받아야할텐데…'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어른들은 모처럼의 연휴에 대한 기대감이나 세뱃돈과 꼭 찾아 뵈어야할 어른이나 상사 등의 선물에 신경이 쓰이고 부담스러운 것이 고작이지만, 추석과 더불어 설이 다가오면 애어른 할 것 없이 기대와 걱정으로 며칠씩 밤잠을 설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가난하던 시절,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설은 그야말로 가슴 설레게 하는 날이었지요. 일 년 내내 영양실조로 허기지고 배고프던 시절이라 우선 며칠 동안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그보다도 더 아이들을 설레게 했던 것은 그 '설빔' 때문이었습니다.

식량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입성 또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먹고사는 일에 급급하다보니 옷은 그저 몸을 가리고 추위를 막아주는 기능이 우선이었지요.

멋을 내는 것은 극히 일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에 속하는 일이었고, 어른들은 그래도 명절이나 외출 때 입는 옷이 따로 있었지만, 자라는 아이들은 큰 명절 때 새 옷을 얻어 입지 못하면 일년 내내 헐벗을 수밖에 없었으니, 특히 아이들은 '설빔'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 나 없이 헐벗고 사는 시대이긴 하였지만, 말쑥한 새 옷을 입고 싶은 욕망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 아닌가요. 그런데다 설의 의미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컸던 시절이라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설이 가까워지면, 어느 가정에서나 옷감을 마련하여 옷을 짓거나, 시장에 가서 새 옷을 사는 일이 큰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하절기, 동절기 각 한 두벌의 옷으로 대충 입고 살기 때문에 옷에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설에라도 새 옷을 장만하지 않으면 입을 옷이 없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그러나 어려운 살림에 아이들의 새 옷을 장만하는 것은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른들에게는 또 하나의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걱정이야 아랑곳없이 그저 설레는 기대감으로 밤잠을 설치는 것이었습니다.

설빔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여자아이들이 입는 색동저고리일 것입니다. 요즘은 특별한 멋으로 입는 옷이 되었지만, 그 시절 여자아이들은 대개 한두 번은 입어보는 옷이었지요. 어른들의 옷을 짓는 과정에서 자투리로 조금씩 남은 옷감을 소매부분에 형형색색으로 어울리게 이어 붙여서 지은 옷이 색동저고리인 것이니, 보기에도 깜찍하고 예쁠 뿐만 아니라, 옷감이 귀하던 시절에 작은 천 조각 하나라도 알뜰하게 사용하는 지혜가 돋보이는 옷입니다.

섣달 그믐날 밤이 되면 부엌에서는 여자들이 음식 장만하느라 부산하고, 온 집안이 맛있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모처럼의 고기와 생선, 기름 냄새에 코를 벌름거릴 즈음, 상에 올리기엔 약간 부족한 이런 저런 음식의 쪼가리들을 맛보게 합니다. 아랫목은 아궁이에 지핀 장작불로 뜨거워져 앉아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서울이나 외지에 나가있던 가족들도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은 점점 깊어갑니다.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말에, 아이들은 졸린 눈을 치켜 뜨며 졸음을 참지만 어느새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지고 짓궂은 형과 언니들은 눈썹에 밀가루를 뿌려 아이들을 놀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설날 아침이 되어 설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와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린 후, 몇 푼씩의 세뱃돈을 받아들고 마을 고샅길에 모입니다.

모처럼 머리도 다듬고 목욕까지 하여 한결 말쑥해진 얼굴에 설빔으로 단장을 하였으니, 어깨가 저절로 으쓱거려지고 한껏 폼을 잡아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빔을 얻어 입지 못한 아이들은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저절로 기가 죽어 슬그머니 집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하는 '설빔' 때문에 아이들의 애환이 교차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독자님들 '설빔'은 준비하셨습니까? 


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 
 이승철기자는 시인이며 홈페이지 "詩가있는오두막집"(
http://poemessay.com.ne.kr)에 가시면 다른 글과 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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