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유재근 시민기자

처 질녀가 유방암에 걸렸다며 수술을 받아야 한다기에 어제(12일) 부천에서 그 식솔들을 내 승용차에 태우고 분당에 있는 C병원에 다녀왔다.

처 질녀는 35세의 노처녀로 부천의 모 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한 쪽 유방에 큰 암 덩어리와 다른 한 쪽에도 작은 암 덩어리가 보여 수술이 불가피하게 되어 비교적 병원이 크고 수술을 잘한다는 곳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하루 전인 그저께에 이 병원에 입원시키게 된 것이었다.

처남부부와 우리부부가 내 차에 동승을 하여 함께 가는데 판교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대충 내가 인터넷 지도로 찾은 방향으로 길을 잡아 가다 보니 팻말이 보이지를 않아 지나가는 한 행인을 잡고 길을 물어 보았더니  내가 가는 쪽의 반대 방향에 있다면서 친절하게 이리저리로 가란다.

운전을 하고 가다보니 전혀 목적지가 나오지를 않고 큰 여성병원만 보이는지라 다른 행인을 불러 세워 물어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다시 알려 주는데 보니 결국 처음에 내가 찾아가고 있던 방향으로 되돌리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이 길을 자세히 잘 모르면 그냥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여 주면 될 것을 정 때문인지 몰라도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것이 도리어 운전자를 혼동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보니 수술은 약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하였다.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고 수술실 밖 의자에서 기다리고 잇노라니 수술실쪽 모니터에 '대기중', '수술중', '회복중'이란 모니터가 보여 수술 받는 환자의 인적사항을 한눈으로 알 수 있게 해주어 상당히 편리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보호자들이 환자들의 수술 과정을 웬만큼 알 수 있게 해주니 보호자들의 조바심을 덜어 줌은 물론이고 수술실 내부의 정황을 자세히는 몰라도 그 윤곽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도 궁금한 나머지 안내대 간호사에게 가서 문의를 할라치면 그 간호사는 안쪽으로 전화를 넣어 확인을 해주다 보니 참으로 환자의 보호자의 궁금증을 웬만큼 씻어 주었다.

 간호사의 설명으로는 처 질녀가 막 한 쪽 유방 수술을 마쳤고 지금 다른 쪽 유방을 절개중이라고 설명을 하여 주었다. 수술실 옆에는 회복실이 붙어 있는데 수술이 끝난 후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옮기기 전에는 반드시 수술 환자 보호자들에게 환자의 수술 상태를 알려주었는데 다행히 처 질녀는 유방암이 아니었고 석회질이 쌓인 것이라며 모두 깨끗이 잘 긁어냈다는 안내 간호사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다.

눈이 빠져도 다행이란 말이 있는데 참으로 다행스런 결과를 듣게 되어 수술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 모두에게는 낭보로 그야말로 환희의 순간이었었다.

동네 의원은 큰 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을 해보겠다며 나서는 처남 부부에게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서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자기네 의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면 유방 한 쪽에 70만 원씩하여 140만 원에 해줄 예정이며 큰 병원에서는 수술비가 두 배나 든다고 하였다고 한다.

사실 촬영한 사진은 거짓을 말하지 않지만 동네 의료기는 해상도가 낮아 오진이 되는 경우가 많고 반면에 큰 병원에서는 고해상도이면서도 가능한 최신의 버전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기에 큰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만약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치료 과정에서 머리가 모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가발을 사 써야 하는데 가발 비용도 약 150만 원에서 2백만 원 가량이 들어가게 된다. 다행히 처 질녀는 3일이면 퇴원이 가능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치료 후 실밥을 뽑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처 질녀가 수술을 받는 중에 나는 몰래 병원 밖으로 나와 거래 은행을 찾아 백만 원짜리 봉투를 만든 다음에 아내에게 슬며시 넘겨 주면서 기회를 보아 처남댁에 전해주라고 일러 주었었는데 다행히 암이 아니라는 바람에 굳이 거액을 주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나도 돈이 굳게 된 셈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경과 후 수술실로부터 처 질녀 보호자를 찾는 소리와 더불어 수술 받은 처 질녀가 수술대에 얹혀 나오는데 막상 환자에게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수술 결과를 잘 모르고 있었다. 아니, 환자가 전신 마취를 한 상태라 일일이 수술 환자에게 설명을 할 수 없었다는게 좀 더 솔직한 표현이리라.

처 질녀가 입원실로 옮겨져 환자를 안심시켜 준 후에 수술 받은 처 질녀를 처남댁 며느리에게 하루 더 맡기고 다시 분당에서 판교 인터체인지를 찾아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진입하려고 하는데 도로표지판이 너무 엉망이라 찾을 수가 없어 엄청 헤매고 돌아다녀야만 했었다.

가령 운전하고 가다가 한번 '판교 IC'란 도로 팻말이 보였으면 직진하여 가는 동안에는 만나는 4거리마다 '판교 IC'에 이르기 전까지 '판교 IC' 방향이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4거리를 3번이나 지나쳤음에도  '판교 IC' 팻말이 나오지를 않으니 직진을 해야 할지 또는 좌우회전을 해야 할지를 몰라 4거리를 만날 때마다 헤맬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손위 처남은 네비게이션 좀 사가지고 다니라고 하지만 이 차는 주로 아내만 타고 다니면서 거의 장거리 주행에는 사용하지 않기에 2, 3 년전에 비행기에서 산 7만 원짜리 도로 운전 속도용 네비게이션만 달고 다녀도 크게 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었다.

다행히 '판교 IC'를 찾기는 찾았는데 막상 '판교 IC' 근교에 이르자 도로표지판은 보이는데 무성한 나무가지 때문에 도로표지판의 글씨가 보이지를 않아 내 차 뒤의 차 행렬을 무시한 체 거의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로 도로 표지판을 상세히 판독을 해야만 했었다. 왜냐하면  이 곳에서 잘못 진입을 해버리면 엉뚱하게 서울이나 부산 방향으로 진입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때 갑자기 복사골 문화센타에서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한 50대 여성급우 생각이 났었다. 이 여성은 작년에 재산세, 토지세, 종부세로 약 천만 원의 세금을 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땅부자냐고 물어보았더니 아파트 한 채뿐이라고 한다. 그 녀는 분당 정자동에 64평 아파트를 한 채만 가지고 있는데 시세가 20억이 넘어 세금을 그리 많이 낸다고 하였었다.

처남댁에게 수술 받은 처 질녀 맛있는거나 사주라고 20만원 봉투를 내주고 처남댁을 나오는 길에 내 휴대폰이 울려 받아보니 세무소란다. 잘못은 없어도 경찰서나 세무소에서 전화가 걸려 오면 가슴이 내려앉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무슨 일이냐고 반문을 하니 종부세 때문이라고 하기에 내일 납부하겠노라고 했더니 세무소 직원은 납부하기 전에 세무소로 자진 납부하겠다는 친필 자진 서명 신고서를 보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종부세 납부기한이 12월 17일(월요일)인지라 느긋해하고 있었는데 친필 서명 신고서를 보내라니 순간적으로 불쾌해지면서 국세청에서 보낸 봉투 속에 종부세에 대한 설명서와 계산서및 세무소 반송용 봉투를 머리에 떠올렸다.

이런 세무소의 자기 편의적 발상은 납세자들에게 자진 세금을 내면서도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종부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워낙 크다보니 사전에 국민 저항도를 측정해보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 이순이 넘어 비록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부터는 국가가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소리는 못들을 망정 막상 재산세, 토지세를 내고 거기에 다시 이중으로 종부세를 내기는 내지만은 불편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는데 제발 도로 표지판만이라도 그야말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하더라도 쉽게 목적지를 찾아 갈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거기에다가 태안 앞바다의 끔찍한 인재인 기름 유출로 인해서 천재에 가까운 재앙을 당해 삶의 터전을 잃고 시름에 빠져 깊은 신음을 하고 있는 우리 어민들에게도 골고루 세금이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