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양주승 대표기자

▲ 2005년 6월 송내역광장에서 열린 화장장반대 집회 현장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주민들은 재산권과 생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기피시설(화장장)의 입지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시설의 종류,규묘, 위치, 운영방식 등을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과 협상으로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법대로 강행' 과 '결사반대' 간의 힘겨루기나, 소송에 의한 권리 다툼, 다수결에 의한 정치적 해결 등의 전통적인 수단보다 21세기 시대정신에 충실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

위 글은 보건복지부 연구수행기관인 '사단법인 환경분쟁연구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발행한 ‘장사시설 확충에 따른 갈등 해결 모형개발 연구 보고서’중 일부 이다.

홍건표 부천시장이 2005년 2월4일 춘의동 468번지 일원에 추모의집을 건립하겠다고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지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당시 홍 시장은 2006년 4월 공사착공, 2007년 4월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추모의집은 완공 되어 현재 가동 중일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이 진전되기는커녕 답보상태에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를 무시한 홍건표 시장의 아집에 의한 독선 행정으로 지역주민과 구로구민의 반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홍건표 시장은 화장장 건립을 위해 지역주민을 만나 타협하고 설득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기 보다는  관제서명과 관변단체들을 동원하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3년간 홍 시장이 대화하고 타협했다면 화장장 문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부천시는 일본 지자체의 주민동의 절차 본받아야

100년이 넘은 화장문화와 100%화장율을 보이고 있는 일본 지자체는 화장장 건립 기본계획 수립에서 건립까지 8년~10년까지 기간이 소요된 사례가 다수임을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지자체에서도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화장장이 들어설 경우 집단민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장 신설을 추진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 동의를 얻지 못해 한때 화장장 설립 예정사업이 취소되거나 보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주체인 지방자치단체 등이 끈질기게 지역주민과 대화하고 타협했다.

▲ 사진좌측은 화장장 반대투쟁위의 시위현장. ▶(우측사진) 화장장건립추진위원회가 부천역에서 화장장찬성 서명을 받는 현장에 시공무원이 나와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화장대란 등 위기감 조성보다 주민합의 먼저 이끌어 내야

부천시는 주민과 대화하고 타협하기보다는 “화장대란이 올 것”이라는 위기·공포감을 조성해 각종 여론을 조작(관변단체동원서명 및 시위)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3일장을 못 치러 4~5일장)등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은 부지선정에서 부터 주민동의 등 완공까지 10여년 걸려

일본 동경도 북부지역 사이타마현(埼玉縣) 중앙화장장은 화장건립계획수립부터  준공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2년간 물색 끝에 선정된 부지가 주민들 반대로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금의 화장장 위치를 최종 부지로 결정하기까지 9년이 걸렸다 . 아예 주민동의가 필요 없는 곳을 고르느라 반경 500m안에 주택가가 전혀 없는 농지 한 가운데를 사들인 사례는 화장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부천시가 본받아야할 사례이다.

부천시의회 김관수(행정복지위)의원은 지난 2005년 11월 부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1월 문을 연 일본 동경도 '린가이 화장장(臨海斎場)'은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매립지를 5개 광역자치구가 공동구입하여 1997년 광역제장조합(広域斎場組合)을 설립하고 화장장 건립기본설계수립, 도시계획결정, 사업인가 등의 과정을 거쳐 8년 만에 광역화장장을 건립했다"며  광역화장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화장장 때문에 시장을 상대로 주민 소환투표까지 실시하고 있는 하남시의회 문영일 의원이 최근 일본 화장장을 견학하고 돌아왔다.

문 의원은 "주민의 동의와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공공사업을 할 수 없는 일본 자치단체의 주민우선배려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자체가 주민자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임을 볼 때 하남시의 화장장에 대한 업무추진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주민의사를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매우 저급한 수준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남시티뉴스 기사 중 일부, 인터넷언론연대 회원사간 협약에 의한 기사>

▲ 2006년 1월19일 홍건표 시장 역곡1동 연두순시 때 화장장반대투쟁위 시위대가 홍시장 승용차를 애워싸고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입지선정에서부터 절차가 중요, 서두를 수록 시행자인 관에 불리

2006년 7월 보건복지부 연구수행기관인 (사)환경분쟁연구소에서  발간한 <장사시설 확충에 따른 갈등 해결 모형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사시설은 기피시설로서 입지선정에서부터 절차가 중요하며 지역주민들의 거부권을 인정하고 민주적 리더십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과 서두를수록 사업시행자인 관에 불리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보고서는 "지역공동체의 반대를 이기적인 '님비현상 '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합리적이고 정당한 주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장사시설 입지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부산,울산,정읍,청주 등의 공통점은 사업시행자인 자치단체장이 주민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반대주민들을 설득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며 "독선과 구분하기 어려운 소신만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이는 것도 문제”임을 지적했다.

부천시민들이 화장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부지 선정 등 절차와 과정에 있어 시민적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환경도 살리고 복지도 살리는 지혜로운 방법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역화장장’으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화장장-말·말·말

▲ 좌로부터 국회의원 임해규-홍건표 시장-국회의원 원혜영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2005년 2월4일 홍건표 시장의 추모의집 기자회견장에 배석했던 윤길현 노인복지팀장(현 주차정책팀장)은 “부천 시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지역주민들이 반발하자 홍건표 시장은 “부천시민만 이용한다”고 말을 바꿨다. 2005년 11월 17일 부천시공무원,시민,추모의집추진위가  일본 가와사키시 북부 화장장을 견학했을 때 일이다. ▶부천시의회 오세완(행정복지위) 의원은 "만약 관리소장이 사는 지역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고 묻자 아사노토 소장은 " 찬성할 일은 아니지만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반대할 입장도 아니다"라는 외교적(?) 인 답변을 했다. 결국 아사노토 관리소장도 "찬성할 일이 아니다"고 답변함으로서 스스로 혐오시설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홍건표시장은 지난 10월6일  추모의집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치권은  시가 추진하고 있는 추모의집을 두고 왜, 반대하는가? 시정에 대해 정치권이 콩나라, 팥나라, 이러면 안되는거여···만약 부결되면(건교부) 비석을 세우고 이름(반대한 사람들)을 적을 거야" 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하여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윤병국 의원은 2007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장은 추모공원문제를 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반대해서 안 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 이름을 비석에 새기겠다는 등 발언을 하는 홍 시장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화장터건립반대투쟁위원회 -"우리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와선 안 된다는 님비현상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으로나 여러 가지 요인이 화장장  입지조건을 갖추지 않아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양대웅 구로구청장- "구로구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개발을 도모하고자 춘의동 지역의 부천화장장 건립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 ▶경기도 장묘문화담당- "이제는 관이 일방적으로 결정·발표하는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자치단체와 주민의 의사를 묻고,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화하는 '공모협상'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원혜영 국회의원- "건교부에 화장장관련 그린벨트 해제안건이 올라오면 이를 막는 최종 골키퍼 역할을 하겠다" ▶임해규 국회의원- "화장장 북쪽으로는 여월동 아파트 단지가 완공될 테고, 동쪽으로는 서울 온수연립이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동쪽으로는 청소년수련원이 들어섰고. 남쪽으로는 역곡동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반경 5백 미터에서 1천 미터 안에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곳이 적절한 위치란 말인가? 불도저에 드러누워서라도 화장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겠다" ▶권정희 전화장장건립반대 투쟁위원장 - "올바른 행동질서에 앞장서야할 관변단체들은 나아갈 방향을 잃은 채  민심을 왜곡하며 시 집행부의  앵무새와 꼭두각시 노릇을 하느라  단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지역파탄과 갈등의 선봉에 서 있다. 부천시의  앞날이 걱정된다. " ▶권명희 화장장건립반대 투쟁위원장- "2003년도 기준 경기도는 대한민국 176개 시·군 중 면적이 53㎢로 170번째 작은 도시이며 인구는 86만명, 인구밀도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1위이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벽제,수원,성남 세곳에만 있는 화장장을 부천시가 무엇이 급해 녹지율 18% 전국 최하위 부천에 화장장을 건립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윤병국(행복위) 시의원- "지난(2006년) 5월 경기도에서 인근 지역주민 및 인근 구로구와 합의가 없었음을 사유로 반려한 이후 부천시에서는 합의와 관련한 아무런 변화가 없고 결과물이 없는데도 부천시가 요청한 재심의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가 받아드린다면 경기도 스스로가 행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된다. 이를 받아드리지 말아야 한다."     ▲ 부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춘의동 462번지 일원 추모의집 조감도(좌)와 부지 현장(우) . 구로구 온수동과는 약2백여미터 인접해 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한편 2005년 2월4일 홍건표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적으로 <추모의집> 건립계획을 발표하자 부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추모의집 추진위원회(위원장·김곤재)가 '추진위원회 소위원회'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환경을 훼손하는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 발표한 것은 부천시 스스로 행정에 대한 신뢰와 민관협력의 대의를 무너뜨린 처사라”고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2월28일  추모의집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온 부천YMCA 김기현 사무총장과 부천시민연합 백선기 공동대표는 "춘의동 부지 선정 부적절,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 부족" 등을 이유로 추진위를 사퇴했다.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