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11월 29일(목) 부천 복사골 문화센타에서 정희성 시인(1945년생 경남 창원 출생)이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제하로 강연이 있었다. 그는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변신' 이란 시로 등단을 발판으로 하여 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으로 취임을 하였다.

정 시인은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부천 가까운 인천구청에서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다시 가까운 이곳 문학강의에 불러주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자신은 도봉구 방학동에서 수십 년을 사는 동안에도 서울에서는 단 한차례도 강연 초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서울은 이명박서울시장 시절부터 문학 쪽은 덜 친화적이고 공연 쪽에 예산 배당이 많은 반면에 인천이나 경기지역 쪽이 오히려 문학 쪽에 많은 예산배당을 시키고 있다고 하였다.

자신은 시를 약 40년간 써오고 있지만 자신의 시에서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시대 배경이나 삶의 태도가 많이 배여 있기에 자신의 시를 접하면서 '저렇게 살았구나'라든가 또는 '저렇게 살면 안 되지'라는 반면교사 정도로 이해를 해주면 고맙겠다고 서두를 풀어 나갔다.

자신이 살아 왔던 70년대는 국민의 70%가 농민으로 경제적 토대가 빈약하여 농촌 젊은이들이 대거 서울로 기술을 배우고자 상경을 하였기에 자본주는 싼값에 고급인력을 많이 채용을 할 수 있어 좋았던 반면에 노동자는 저임금으로 인하여 되레 농촌 부모로부터 쌀을 부쳐다 먹어야 할 정도로 어렵다 보니 정부에서는 다수인을 위한 저곡가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이나 동생 학비를 벌겠다고 상경한 자식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농촌에서는 저곡가로 인해 노동자와 농민들의 희생으로 70년대 사회는 국민들이 도시와 농촌에서 이중고에 시달린 반면에 반대급부로 사회에서는 산업자본이 많이 축적되어 가는 계기도 되었었다.

정 씨의 부친은 기술직 공무원이라 자신은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지만 그 곳의 기억은 없고 대전 회덕에서 살다 전북 익산(예전 지명 이리)에서 초등교를 다녔고 당시는 공무원도 월급이 제 때 나오지를 않아 고무신  한 켤레에 의존하며 술찌께미로 연명키고 하고 보리를 맷돌에 갈아 물을 많이 부어 죽을 쑤어 먹었었다.

64~68년에 서울대 국문과를 거쳐 대학원에 입학 후 군입대를 하였으며 70년대초에 고전문학을 전공한지라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고전적 취향의 시집으로 1974년에 '답청(踏靑) 발간하였다.

답청은 본래 제비가 돌아오는 삼월 삼짇날 푸른 들을 밟으며 노는 유희에 불과하지만 좀 더 의역으로 제 뿌리를 내리기 위한 보리밟기의 생산성 정도로의 독자의 발전적 이해를 구하였다.

당시 1972년은 유신이 시작되면서 나와 다르게 사는 이들의 고통을 자각하게 되고 언론, 정치가 충돌하는 격동기를 겪었었다. 자신은 문학의 길을 걸었지만 국문학을 함께 하였던 두 친구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일을 시작했었는데 언론탄압에 의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서의 수백 명 퇴출의 급류에 밀려서 회사에서 모두 쫓겨났다.

이는 안온 세계에 머물며 뜬 구름 잡는 이야기만을 고집하며 씨름하던 자신이 동시대의 다른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면서 신문보도도 되지 않는 현실을 보고 언론의 자유는 곧 문학에서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인데 슬며시 그 때부터 정치인의 의식이 생기면서 '답청'이란 시를 발표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아내는 말씨가 어눌한 자신이 자신의 시 하나 제대로 외워서 낭송을 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에 대하여는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빨리 해방이 되어야 좀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라고 둘러대지만 핑계거리이며 자신은 겨우 4권의 시집밖에 내지를 못하였지만 고운선생은 자신이 몇권의 책을 낸지 조차도 모른다고 하였단다.

1978년에는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발표하였는데 암울한 노동 현실을 의식하여 지하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함이었는데 시는 지식인이나 대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는 편이었다. 당시는 시가 상당히 불온한 것으로 인식되어지기도 하여서 대학생 의식화용으로도 사용되었기에 많은 시인들이 감옥행을 당하는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자신은 '저문 강에 삽을 씻고'로 많이 유명해져 어느 곳에서는 이 시제가 까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가 되었으며 이런 작품이 때로 시인에게 신분증 같은 편리한 역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향후 더 좋은 작품을 쓰더라도 데뷔작인 대표작에 가려지는 불편을 겪게도 만든다.

정 시인은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늙어 죽도록 단돈 5천 원이면 사볼 수 있는 시집 한권을 안사 읽고 죽은 사람이라면서 현실에서 시가 잘 읽히지 않음을 애석해 한다.

70년대 국민적 저항으로 1979년 한발의 총성으로 유신정권이 끝나고 80년에 광주사태가 발생하여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시가 다분히 저항성을 띠었었지만 그 후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발표하게 되면서 저항성이 탈색된 한편의 연애시로 읽히어져도 무방할 정도로 정립된 시 세계로 돌아오게 되었다.

우리 세대가 저항시대를 거쳐 지금은 민족사족 목표인 통일에 대하여 조차도 원치 않는 세력 및 심지어 가로 막는 세력도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이지만 싸움만으로는 안되고 국제정세를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반목, 질시 그리고 갈등 세력 사이에서 누구든 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문익환 선생은 반공법, 국가보안법의 군사정권치하에서는 살을 찌우는 것조차도 죄스럽다고 여겼으며 어느 결혼식장에서 주례를 보면서 국가보안법의 불편을 암시하면서 신랑, 신부에게 '서로 고무 찬양해!'라고 주문을 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서로 장점을 부추기며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메세지를 국가 보안법을 인용하여 자신의 심정을 담은 전달이었다.

지금은 민주화가 되어 '자유'에 대하여 무덤덤하게 느끼지만 그 시절에는 '자유'란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시절이었으며 노벨 문학상감이라는 한 팔레스타인 작가는 '시는 자유를 위하여 미친 사람이다.'라고 외쳤을 정도이다.

자신은 사립학교에서 오랜 교편 생활을 하였기에 50대의 제자도 있고  또 그 밑에 제자도 있어 3대 사제가 한자리에 모일 때도 있었는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제자가 잘되어서 선생이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단다.

정 시인은 '내가 잘 되었더라면 내 어머니가 맹자 어머니보다도 더 유명해졌을 텐데..'라며 항시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이제는 제자에게서 배워야 할 나이가 되었으며 찌든 삶 속에서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려면 우선 사람부터 감동을 시킬 수 있어야 하며 우리 말은 너무 때가 묻어 있는데 이를 정화시키는 의무가 시인에게 주어진 셈이다.

자신은 남을 시를 누워서 읽다가도 좋은 시를 대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아 읽게 되는데 시인의 경계는 상투적으로 감각이 무디어지기 쉬운 반면에 젊은이들은 신선하기는 하나 감각에 개념이 없어 마치 장님 코끼리 더듬는 격이 되기가 쉽다.

정 시인은 가끔 디지털 카메라로 들꽃, 호수, 숲 등을 많이 찍지만은 다시 잘 안 보게 되는데 이는 그 곳에 추억이 없기 때문이며 비록 남루한 마누라를 세워 놓고 찍은 사진일지라도 가끔씩은 보게 되는 것은 그녀와 추억을 함께 하였기 때문이란다.

2001년에 4 번째 '시를 찾아서'를 발표했는데 70, 80년대의 고통스런 시절을 지나 민주화 이후 옛날에 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내어 본 것으로 저항 일변도의 색깔에서 다른 빛을 낸 것이니 작가는 시 세계의 확장 정도로의 이해를 구한다.

문명은 돌고 돈다. 지금의 콘크리트 숲 속에서 도시는 휴대폰, 부동산으로 광란을 치고 시골은 돈 되지 않는 농산물에 매달려 신음을 짓고 있는데 이집트나 캄보디아는 몰락 이후에도 유물, 유적으로 후손들에게 보여줄 구경거리라도 되는데 자연과 멀어진 우리의 삶은 과연 후손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생태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