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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의 서정
2007년 11월 28일 (수) 00:00:00 박정필 시민기자 daum nogo0424

박정필(시인· 現영암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지난여름은 열대야로 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을 작동해도 그 놈의 더위는 도대체 꺾일 줄 몰랐다. 중부지방에서만 30여 년을 살다가 지난 2월 초 남쪽지방인 영암으로 내려와 첫여름을 겪게 되니 감내하기가 힘들었다. 기상이변 탓일까. 기력도 소진되고 정신도 흐릿해지며, 무기력증과 상실감에 짓눌렸다.

그러나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동료들은 나와 같은 고통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유달리 나에게만 달라붙은 더위 때문에 직장생활을 접고 짐 보따리를 싸들고 올라가고픈 충동까지 느꼈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주말부부를 만들어 퇴근 후엔 무료해지고 외로움까지 엄습해 왔다.

차라리 술 몇 잔에 취해, 노래방에서 흘러간 노래 한 곡을 목청껏 뽑으면, 답답한 가슴도 후련해지련만 그것도 호방한 기질을 타고 나와야한다. 기분전환을 위해 연가를 얻어 전국 명소를 돌아다니면서 글감도 구하고 잠시나마 온갖 시름을 털고 유유자적한 세월을 보낼 용기도 없는 주제다. 막상 어떤 일을 실행하려면 상사의 눈치부터 살펴야 하고 동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소심한 성격으로 나 스스로를 피곤하고 고달프게 한다.

이처럼 고지식한 성격 탓에 실리보다 명분에 집착하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기회주의자로 변신해 손을 비비고 아부를 떨고 아첨 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혹시 “잘못 된 것 아니냐”고 내 뒤통수를 향해 손가락총을 쏘아댈 것이다. 이래저래 돈키호테처럼 또는 기인 같이 행동하지 못한다.

내가 자신을 돌아봐도 참 못났고 재미없는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작은 실수에도 가슴이 철렁거린다. 분명히 어느 명의도 고칠 수 없는 태생적 병임에 틀림없다. 또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붙임성과 친화력이 부족해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거나 호감을 주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한번 정을 주면 푹 빠져버리는 우직함도 있다. 영암에서 생활한지 벌써 8개월이 지났지만 아무하고도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때문에 속 좁은 천착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얼마 전 일상이 따분하고 심란해져 머리를 식힐 겸 영암읍에서 승용차로 10분쯤 걸리는 강진 경포대에 다녀왔다. 소문난 대로 멋과 낭만이 있고 정기를 받는다는 월출산 남쪽 기슭에 널따란 푸른 녹차밭이 잘 가꾸어져 구경거리가 됐다.

아늑한 비경을 사색하면서 조용히 주변을 걸어보니 복잡한 심사가 풀어졌다. 특히 월출산을 쳐다보면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무리 지은 공룡처럼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그 아래 월남사지 한 귀퉁이에 서있는 안내판을 훑어봤다. 거기엔 고려 때 창건된 절로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불을 질러 사찰은 모두 타고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다고 씌어있다.

넓지는 않지만 절터에 민가가 자리잡고 있으나 당국에서 복원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앞에 선 육중한 돌탑을 보니 오랜 풍상을 견디어 온 탓인지 마모가 심하고 불에 그을린 검은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다. 필자도 지금껏 여러 탑을 보았으나 그 중 가장 크고 황토빛깔을 띠고 있어 신비감을 느끼게 하여 탑 주위를 돌면서 직관과 상상력으로 졸시 한편을 짓게 됐다. 일상의 고독감과 따분함을 시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해 보려고 애써봤다.

월출산 남쪽 자락에월남사를 지켜 온
천년의 수호신고려인 온기 밴
우람한 생김새에 빛바랜 전설 걸리고
화마가 휩쓸고 빈터
검버섯 낀 얼굴옷깃을 여미게 한다.

저 만치 핀 하얀 연꽃
그윽한 향기가 불심을 돋구며
언제쯤 부처님 다시 돌아와
중생 가슴에 자비 적셔줄까.
-필자의 시, 〈월남사 옛탑〉전문


   
박정필 시인은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했으며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입니다.
2006년 12월시집 <갈꽃섬의 아침>과 수필집 <오늘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를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해 <섬 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천타임즈 제정 제1회 시민기자상(2007년1월10일)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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