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재로 떠올랐던 이상훈이 결국 LG 유니폼을 벗고 SK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가 감독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지난 8일이었으니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한 팀에서 뛰던 선수와 감독이 남남이 된 셈이다.

사건이 급박하게 돌아갔던 만큼, 이를 지켜보는 팬들도, "개인 생활의 자유"와 "프로 선수로서의 처신"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그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일리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그가 구단과의 싸움에서 지고 일부 팬들의 비판을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팀의 고참이자 리더였다.

그는 1993년 쌍둥이 유니폼을 입은 이후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LG에 있었다. 비록 그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과 미국 활동으로 팀을 떠나 있었지만, 결국 그는 재작년에 다시 돌아왔다. 한국 무대에 복귀하면서 친정집 LG를 택한 그는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 등과 함께 LG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증인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취미 생활에 지장을 받더라도 팀을 위해 감수하고, 감독, 코치들과의 불화가 있을 때에도 "밖으로" 새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극단적인 행동은 자재하기를 나를 비롯한 팬들은 원했다.

물론 리더라고 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까지 양보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단 훈련 중에는 기타를 치지 말라고 해서 "감독 밑에서 야구 못하겠다, 트레이드를 해 달라"고 말한 것은 리더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아 이종범, SK 김기태, 현대 전준호, 두산 안경현 등 타 팀에도 고참들이 있지만 자신의 취미 생활을 못 하게 했다고 해서 "감독 밑에서 야구 못하겠다"고 말했다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물론 다른 사안으로 선수들 전체 혹은 일부가 감독에게 항명한 사례는 있었지만 말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상훈은 우리 나라에서 야구를 하다 일본과 미국을 거쳐 돌아온 'U턴'파다. 때문에 우리 나라와 일본, 미국의 야구 문화에 대해 누구보다도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 나라의 야구 문화와 일본과 미국을 비교했을 때, 아쉬웠던 점을 기억하고 훗날 지도자 생활을 할 때 그것들을 풀어낸다면 그것 역시 우리 야구의 발전을 위해 좋은 경험이 되었을 터이다.

우리 나라는 실력 못지 않게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중시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팀 이미지와 맞지 않거나 구단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면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이렇게 봤을 때, 이상훈이 말하는 "취미 생활의 자유"가 그라운드에 뿌리내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요원한 미래의 문제이지 선수 한 사람의 반발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상훈이 SK로 떠나기 전까지 구단과 팬들에게 보여 준 행동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는 이제 프로에 막 발을 디딘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라 많은 팬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스타이다. 훈련 중 취미 생활을 방해하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면, 지금 당장 화를 내기보다는 나중에 지도자가 되어 자신이 직접 선수단을 이끌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펼치면 되지 않겠는가?

이 글은 그의 행동을 비난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감독과의 갈등을 푸는 문제에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행동했다면 트레이드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 "기타 파동"은 이상훈을 기억하게 할 또 다른 수식어로 당분간 야구 전문가들과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SK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질 이상훈, 그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기타 파동 때문에 트레이드된 선수"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