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3.2.3 금 18:06
,
   
+ 로그인 독자회원가입 전체기사 기사모아보기 보도자료
> 뉴스 > NGO/오피니언
       
내가 아내 일을 도왔다고 하는 이유
2007년 10월 15일 (월)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아들이 영어 과외 일로 바쁘고 아내마저 바쁠 때는 가끔 내가 밥 먹은 후의 뒷설거지를 한 것을 가지고 내가 아내 일을 도왔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요즈음에는 남녀의 일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집에서 쉬고 있으면서 아내가 바쁠 때에 주방 일을 조금 거든 것을 두고 어찌 아내를 도왔다고 할 수 있으랴.

아내와 나는 삶의 성향이 매우 틀린 편이다. 이 다음에 노후에 아내는 농촌 전원생활을 즐기자는 데에 반하여 나는 늙어서도 전원생활보다는 도시에서 문화생활을 즐겨야 한다며 서로 아내와 나는 취향이 다른 편이다. 심지어 아내는 더 늙으면 전원과 도시에서 서로 따로 생활을 하면서 살자고 나에게 제의를 할 정도이니 그 성향의 뚜렷함은 너무나 분명하다.

아내와 나는 같은 농촌 출신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주로 서울에서 생활을 하며 살아 왔고 아내는 학생시절의 대부분을 당시 농촌인 부천에서 살아 왔으니 아마도 서로 살아온 시발점이 달라서 서로 간에 귀소본능에 따른 듯 싶기도 ···

우리가 사는 집 근교에 승용차를 끌고 나서면 약 30분 거리에 손 위 처남이 사둔 밭이 있다. 아내는 그 곳에 승용차를 끌고 다니며 밭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에 김장 배추 값이 똥값이었을 때도 비록 밭일로 인건비가 오히려 더 나가는 편이었지만 아내가 일부러 지어 논, 배추인지라 모두 집으로 끌어 오느라고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당시 아내가 지어 놓은 배추는 90일 배추라 양념이 거의 안 들어 갈 정도로 속이 모두 꽉 차서 별도로 75일 배추를 추가로 더 사서 김장을 담은 적도 있었다. 90일 배추는 맛도 적으면서 너무 많아서 김장 한 것을 나중에 지지고 볶고 해서 모두 먹어 치우기는 했지만 오히려 싸게 맛 있는 김장 김치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 셈이었다.

어제도 아내가 밭에 심어 논 고구마를 캐러 가자고 조른다. 어쩔 수 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라면을 끓여 먹고 아내 손에 이끌려 아침 6시 반쯤에 호미 두개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내 말에 따르면 고구마를 심어 놓고는 아직 한번도 밭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데 그야말로 밭에는 고구마보다도 잡초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다.

밭 8고랑에 모두 고구마를 심었는데 아내 지인과 함께 심어서 1,3,5,7의 4고랑만을 캐기 시작하였다. 우선 까만 비닐을 거둬 내고 잡초와 함께 고구마 줄거리를 말아 거궈냈다. 고구마는 게으른 농부가 짓는 농사법이더니 심은 반고구마와 호박 고구마가 심어 놓고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음에도 제법 씨알이 큰 놈들도 제법 여러 개가 눈에 뜨인다.

고랑 넷에서 캐낸 고구마가 무려 작은 자루로 5개나 되어서 밭 주인인 처남에게 1자루를 주고도 남는 것은 친지와 우리 앞집에도 좀 나눠 주라고 아내에게 일러 주었다. 고구마를 모두 캐낸 후 아내와 고추 앉아 고구마 줄거리를 다듬는데 거의 반자루나 다듬었고 드물게 심어논 밭에서 호박 댓 덩어리도 땄으며 이제 서리 맞으면 못쓴다하여 농약 주지 않은 고랑을 택해 애고추와 고추잎을 한 자루나 훌터냈다.

아내는 아침 일찍 서두르면 약 1시간이면 끝난다는 전언이었으나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예상과는 달리 이미 오후 1시가 지나서야 밭 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아내가 자신이 심어 논 다른 고랑의 무를 가리키며 나중에 저것도 뽑으러 다시 밭에 와야 한다며 미리 나에게 못박음 질을 해놓는다.

점심은 귀가 길 음식점에 들려 추어탕과 더불어 막걸리 반 되 정도를 마셨더니 일단 들에서 맑은 공기를 쐬고 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였기에 상쾌한 마음에 술의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이런 밭일을 거드는 것을 두고 아내의 일이라고 하는데에는 치부하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이 온 나라가 미국 등 여러 나라와의 FTA를 맺어 농부들의 가슴 속에 멍이 들어가고 있다. 비록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너도나도 주말 농장식으로 직접 농작물을 지어 먹으면 농부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 갈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직접 지어 먹는 농작물은 농약도 치지를 않아 무공해 채소라 좋기는 하지만 어려울 때는 이웃의 힘든 부분도 헤아려 이해하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비록 재미 삼아 농사일을 하는 것이고 또한 나에게도 밭일을 거들어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이지만 나는 농사에 대하여 크게 성취욕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내가 어렵사리 농사를 짓기보다는 오히려 싼 농산물을 구입하여 먹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본래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쪽의 일을 선택하여 하고 거기에서 얻은 재화를 바탕으로 자신이 부족한 물건들은 그 재화로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좀더 능률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아내와 내가 밭일을 하는데에 같은 취미와 보람을 느낀다면 그것은 바로 밭일이 내 일이 되는 것이겠지만 밭일은 오로지 아내가 좋아하는 일일 뿐더러 나는 그다지 그런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싶은 심정인데 아내가 나의 손을 빌리고자 하니 나는 아내 일을 돕는다는 표현을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아내도 나에게 할 말이 많다. 김치를 남보다 10배는 더 먹는 당신이 그것을 사먹으려면 놀면서 비싼 채소 값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당신 먹을 것을 위해 조금 일을 거드는 것이 어찌 아내 일을 돕는 거냐는 이유 있는 항변이다.

유재근 시민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부천타임즈(http://www.bucheon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추천수 : 298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김치명인 1호 김순자 대표 썩은 배추
부천희망재단 김범용 이사 '도시 비우
[생생포토]부천김포노총 박종현 의장
부천 대곡~소사선 사업기간 연장…올해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코린토로부터 1
제28대 경기도의회 사무처장에 김종석
경기도 "산업현장을 관광상품으로"
경기도교육청, 9,591명의 인사 단
부천시, 2023 '사랑의 온도탑'1
경기아트센터 서춘기 사장 취임
부천시 원미구 부흥로 315번길 14 포비스타 1414호 | 대표전화 032-329-2114 | Fax 032-329-2115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아00018 | 등록일:2005년 11월2일 | 사업자등록번호 130-19-41871
종별 : 인터넷신문 | 발행인겸 편집인 : 양주승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양주승
Copyright 2003 부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bu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