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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 우리는 '노래방 가족'
2007년 09월 26일 (수)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명절에는 많은 가족들이 모여서 '고스톱'을 치는데 반해서 우리 가족들은 주로 '뽕'을 친다. '고스톱'은 윷놀이에서 '도'아니면 '모'라는 식으로 열심히 '모'를 치려고 노력을 하다 보면 '도'를 쳐서 불행을 자초하게도 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치게 되는 고스톱에서는 치열하게 말다툼을 유발하게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붉은 똥 껍질은 '쌍피'로 쳐준다, 아니다로 실랑이 속에 살인을 부른 촌극이 신문지상에까지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야 말로 서부의 총잡이가 먼저 권총을 뽑아 상대를 먼저 쓰러 뜨려야 자신이 살 수 있기에 죽기 살기로 덤빌 수밖에 없는 냉혹한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세계가 '고스톱' 게임인 셈이다.

그러니 '고스톱'에서 '2등은 없다.'라는 모또가 판을 휩쓰는 반면에 '(나이롱) 뽕'은 정해진 횟수만큼 실력 발휘를 한 다음 전체 성적을 점수로 합산하여 많은 점수를 확보한 순으로 게임 머니를 더 가져가게 되니 합리적인 가족 게임으로 크게 다툴 일이 없다.

지인들간에 돈 따먹기 화투 놀이를 하다 보면 '돈 잃고 속 좋은 놈이 없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곤 한다. 남에게 좋은 뜻으로 술을 사주는 돈은 그리 아깝지 않은데 반하여 일단 게임을 벌여서 내 돈, 만원만 잃어도 속이 언짢아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우리 형제는 13 남매로 먼저 머리가 큰 형이나 누이가 그 밑의 동생들에게 용돈이나 학자금을 대주면서 손위 어른 노릇을 해왔기에 동생들은 손위 형들에게 예의가 깍듯하며 거의 반부모 대접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명절이라 하여 오랜 간만에 모인  형제들간에 아무리 재미삼아라고는 하지만 잔돈 몇 푼을 더 땋아 보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허리를 고추 세워가면서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주 민망하기 때문이다. 

명절인지라 동생들도 모두 아이들도 데리고 오는데 우리 형제들은 오랜만에 들린 아이들에게 용돈이라도 마련해주자는 차원에서 우리 형제들은 '뽕'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주로 21회 게임의 뽕을 치는데 20회까지는 점수를 많이 먹지 않도록 머리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며 관리를 하다가 마지막 21회째에 가서는 그간 잃은 점수를 만회하라고 '스톱'의 규정을 강제하면서 마지막 기회까지 배려를 하여 주니 상당히 인간적인 게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모인 아내와 제수씨들이 차례용 추석 음식을 준비하면서 생선회라도 사먹게 돈을 더 추렴하고 노래방비까지 마련하여 달라는 주문을 곁들여 온다. 명절에는 여자들이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덜어 주기 위해 거들지는 못할망정 어느 안전이라고 거역을 한단 말인가.

나는 명절을 하루 앞두고 어느 누가 자기 조상에게 차례를 모시려 귀향을 하지 않고 장사를 하겠느냐며 항변을 하여 보았지만 아내는 완강하게 내 말을 부인하면서 아무 걱정을 말고 돈이나 손에 쥐어 달란다.

차례 음식 준비를 마친 아내에게 제수씨를 데리고 먼저 소래에 가서 10만원 정도 회를 떠오라고 주문을 하고 우리는 아내들의 명을 받들어서 '뽕'을 치기 시작을 하였다. 우선 횟값으로 12만 원을 마련하고 노래방비까지 3만 원을 더 모아 15만 원을 식탁에 올려 주었다.

아내들이 소래에 당도해보니 걸음마다 인파에 치여서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추석에 제수상 준비는 저차이고 우선 돈버는 일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아내들은 요즈음 풍어인 농어와 전어로 싱싱한 횟감들을 떠 왔다.

아내는 초고추장과 상추를 사느라 조금 늦게 귀가를 하였고 그 사이에 제수씨들이 마늘을 까서 마늘과 파란 고추를 잘게 썰어 미리 소스로 준비를 해두었다. 

매년 내가 해외로 나갈 때 마다 사다 놓은 양주가 여러 병 되어 주로 명절때에는 양주를 내어 놓고 동생들과 어울려 마시곤 하였다. 아내가 상추를 사가지고 돌아오자 금년 4월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에 사온 알코올 농도 40도의 보드카를 꺼내어서 맛난 횟감과 더불어 2병을 모두 비우니 그제야 기분이 알딸딸해져 온다.

저녁 밥으로 밥 숟갈을 몇 번 Em고 난 후 아내의 인솔 하에 상가지역에 이르니 여기저기에 노래방과 노래연습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우리는 모처의 5층 노래 연습장을 찾아 들어 갔다.

노래방과 노래 연습장은 노래를 부른다는 운영 원리는 똑같지만 실상 내막은 차이가 많은 편이다.

노래방은 사업자등록증에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으로 등록되어 있고 노래연습장은 게임장이나 오락실과 같은 형태의 업소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노래방은 술을 팔 수 있고 노래연습장은 술을 팔수가 없다. 노래방은 미시라고 불리는 도우미들이 들어와 같이 놀아줄 수 있지만 노래연습장은 불가한 것이다.

그래서 노래방은 성인들만 들어가야 하지만 노래연습장은 청소년이 들어가도 상관없는 곳이다.

어차피 보드카를 마셔 술이 오른 상태인지라 맥주를 시키니 캔을 따서 글라스에 옮겨 담아 날라 준다. 왜냐 하면 이 업소에서 술을 팔면 안되기에 음료수인 양 불법으로 술을 팔기 위하여 캔에서 글라스에 맥주를 옮겨 담는 것이다.

하지만 고지식한 노래 연습장 업주는 무알콜 맥주캔을 그대로 팔기도 한다. 대취해서 들어온 손님들은 단순 맥주캔만 보일 뿐 거기에 알코올이 섞여 있는지 없는지를 식별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족보중에서 제일 어려운 사이가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사이라고 한다. 비록 동생의 아내일망정 함부로 할 수가 없고 제수도 손위 시아주버니를 대하는 것이 통상의 오빠 같지는 않고 매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돈 들여 일부러 노래방에 놀러 온 것이니 내가 체면만 따지고 있어서는 분위기를 망치기가 시방인지라 이 자리에서는 내가 제일 어른이고 보니 내가 제일 많이 몸을 흔들어 제수씨들의 부담감을 덜어 주어야만 했었다.  

열심히 노래와 춤이 어우러졌는데 노래연습장에서는 이미 시간이 지났음에도 20분씩 서비스를 두번이나 더 주는 바람에 그 사이에 맥주를 몇 캔씩 더사 마시게 되었으며 비록 탁구로 다져진 내 몸뚱아리이지만 팔 다리가 후들거려오기 시작하는데 그 누가 세월의 무게를 감내할 수가 있으랴..

집안에서는 내가 손위 사람으로 그렇게나 엄격했었는데 무너진 내 모습을 처음 본 제수씨의 입에서는 '오늘 아주버니가 몹시 귀여웠었다,'라는 소리가 내 귀전을 울려온다. 그러타면 비록 내 몸은 지치고 나른해졌지만 나로서는 노래방에서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이고 성공을 한 셈이다. 

동생들 중에는 나와 띠 동갑이 두 명이나 있고 막내 동생은 자식뻘이 되니 제수씨도 어린 사람은 자식 나이와 엇비슷한 나이이니 내가 꼰대소리를 비켜 갈 수는 없으리라.

그나저나  이번 명절에 새롭게 시도된 술을 곁들인 회와 노래방 사건은 향후에는 관례화로 이어지기가 십상이고 물론 제수씨들과 나와의 서먹한 관계는 많이 허물어지겠지만 나의 체면도 한층 더 래임덕을 겼으며 그와 함께 무너져 내리리라.

다만 명절에 우리 형제들과의 뽕은 계속 될 것이지만 그에 곁들여 내 몸관리도 숙제로 남게 되었다. 향후 명절에 노래방에서의 음주 가무는 내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며 대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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