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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거리”
[기획특집]부천예총 김창섭 회장 기고
2007년 09월 22일 (토)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켈리포니아 산타모니카 거리

김창섭(부천예총 회장)

우리는 디자인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위한 인테리어가 있는 거주 공간이나 의상, 가구, 자동차 등의 디자인에서 부터 벽지나 넥타이 하나를 고르는 일까지, 미적 취향의 감각이 무딘 사람일지라도 기본적인 디자인에 대한 고려는 누구나 경험하는 일입니다.

일상속의 디자인이 그러하듯, 도시를 구성함에 있어 디자인적 사고는 삶의 기본적인 가치 충족은 물론 지역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 중앙공원 산책로 ⓒ부천타임즈

우리의 생각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주변 풍경들 -집을 떠나 거리를 나서서, 공원을 걷거나 도로를 운전하면서 만나게 되는 도시의 환경은 늘 우리와 함께 있는 생활의 일부분입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욕구를 가까운 일상의 공간 속에서 쾌적하고 아름답게 조성해주는 일은 문화 도시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문화’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가치가 아니라 삶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며 문화 도시라는 것은 도시 지체가 문화의 유기적 기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깨닳는 일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합니다.

문화도시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삶 속에서 문화적인 맥락들을 짚어 내어 그 길을 열어 주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서 부터 출발되어야 합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도시가 문화 도시가 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스러운 순환과 흐름의 ‘길’

도시의 구조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가깝게 접근되는 것이 ‘길’입니다. 길은 도시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순환과 흐름을 창조하는 호흡과 같은 존재이며, 도시의 길은 시민의 인접성이 가장 뛰어난 흐름체입니다.

이러한 길을 시민에게 되돌려 주기 위한 방법은 걷고 싶은 거리 이전에, 머물고 싶은 거리로,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나는 거리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덕수궁 돌담길ⓒ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차도-인도=거리
라는 제한된 공식은 과거의 개발론자들의 기능적 사고로 일관된 건설 방식 이였다면 길의 고유한 기능을 되찾고 시민과 청소년, 노약자와 어린이들에 이르기까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배려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개발은 이 시대의 문화적 배려가 될 것입니다.

길의 의미를 되찾는 새로운 개발 방식은 그 지역의 주민들도 이해하며, 동참하고, 함께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즐거움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소 어려운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함께 연구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하여 시민과 청소년들의 창의력이 증진될 것이며 더욱 애정을 쌓아간다는 지속 가능성의 발전 과정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도시의 개념은 보편화되었고, 자유로운 창의력이 지배하는 무한 상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현대의 전문가는 과정상의 참여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도시라는 유기체의 ‘아름다운 허파’

우리 부천시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부족하다고 하나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 상동 아파트촌을 흐르는 시민의 강 ⓒ부천타임즈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듯이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있었던 것들 -예를 들자면 현대적으로 치장되기 이전의 역 주변 땡땡이 골목들, ‘시민의 강’이란 이름으로 인공의 하천을 만들었던 곳의 수로, 중·상동 개발 이전에 살아 왔던 개구리 늪지들, 등등의 사소한 역사 까지도 포함하여 이런 것들이 부천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아주 가까운 추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이제 우리들에게 남겨져 있지 않음입니다.

어쩔 수 없는 개발일지라도 최소한의 ‘자취’와 ‘자연’ 은 남겨져야 함이 소박하게나마 추억이 깃드는 것이며 우리의 소중한 역사로 남는 것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인간의 의지였다면 그것을 재건하는 것도 인간의 의지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모아 테마를 만들고, 회색빛 도시에 자연을 공급하여 시민의 휴식과 레크레이션을 제공함은 도시라는 유기체의 ‘아름다운 허파’ 역할을 할 것입니다.

   
▲ 도심속의 공간은 도시민을 위한 쉼터. 원미구 상동 홈플러스 앞 광장 ⓒ부천타임즈
울긋불긋한 대형 간판들로 가리워진 곳에 아름다운 건축물의 속살을 보여주고 정감있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일, 거리마다 제각각의 구조로 난립되어있는 거리의 가구 (Street Furniture)들 -가로등, 벤취, 휀스, 휴지통, 볼라드등의 조화로운 디자인과 도시의 야경과 조경을 아름답게 조성하고자 하는 문화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 원미구 심곡동 시민회관 앞 길
도심 속에서 만나는 짜투리 조경 공간은 도시의 구석진 자리가 아니라 자랑 거리로 조성하고, 도시 생태 복원을 위한 필수 요소인 도시형 친수 공간, 기다림이 아름다운 정류장과 간결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가오는 표지판, 미술 장식품이라는 제한된 방식에서 탈피한 공공성의 기능을 하는 환경 조형물등 세심하게 다루어야 할 요소가 무척 많은 것이 거리이며 도시의 유기적 역할입니다.

시민들은 ‘만남의 장’이나 ‘화합의 분수’ 등의 웅대한 것을 원하기 보다는 사적인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경험이 깃들일 수 있는 공간을 현란한 도시 생활 속에서 갈구하고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사랑을 이야기 하며, 거리 속의 악사와 화가를 만나 예술을 나누며, 작은 실개천에 앉아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거리를 만드는 일은 정주의식 함양, 애향심 고취라는 구호성의 이야기보다 훨씬 깊게 시민들 가슴속에 녹아들 것입니다.

하나의 장소가 그 이름을 얻어 사랑받는 공간으로 생겨나기까지에는 반드시 그곳에는 그만한 깊이의 삶의 집적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거리를 동시에 조성할 수 없다면 대표적 상징 거리를 선정 하여 효율적 방식으로 조성하고 그 파급 효과를 전파할 수 있는 단계적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궂이 들추지 않더라도 국내 각지자체들마다 거리 조성 사례의 모범적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도시 환경 디자인 사업, 아트 시티 프로젝트, 아름다운 간판거리 사업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되고 있는 바가 큽니다.

   
▲ 색채와 녹지가 조화를 이룬 공동주택(오스트리아)
문화 도시의 목표는 결국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의미하는 일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는 도시의 얼굴을 예쁘게 치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기능과 역할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서부터 출발됩니다.

‘푸르고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와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는 만든다는 의미보다는 ‘가꾼다’는 과정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여야 합니다.  이 일은 예술가가 쓰는 시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이상의 의미있는 문화적 작업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지면신문 '위클리부천타임즈' 창간호(9월20일자)에도 실렸습니다. 부천예총 김창섭 회장>

   
▲ 도심을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인공하천으로 조성
   
▲ 동경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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