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광주지방검찰청 형사제3부장 검사)
 

▲ 김경진 부장검사 케리커쳐

우리는 3-40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것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금년 수출목표가 3,700억 달러입니다. 100억 달러 수출을 이룬 것이 1977년인데 28년 만에 그 35배를 넘어선 것입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화․교육, 문화 등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자랑스러운 성과의 이면에는 우리가 애써 모른체 하려는 추한 자화상도 있습니다. 중진국을 지나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이 즈음, 우리는 삶의 진정한 목적을 깨닫고 이러한 단점들을 고쳐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이란 국가 지도자도 뛰어나야 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한명 한명의 개별 국민들이 선진국민으로 행동할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총체적 국민의식의 평균수치가 한 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당장 우리가 고쳐야할,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우리의 잘못된 습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술 좀 적게 마십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술 소비 국가입니다.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가장 타격을 입은 외국 기업중 하나가 고급 양주를 생산하는 위스키 제조회사라고 한다. 발렌타인 30년산, 조니워커 불루라벨의 주 고객이 한국민이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요. 최근 38년산 위스키는 특별히 한국인들을 겨냥하여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년간 총 소비하는 술값이 8조 5천억원 상당이라고 한다. 20세 이상 성인인구 1인당 연간 소주 150여병 맥주․기타 주류 80여병 도합 230병 정도를 소비한다고 하니 성인인구 전부가 사흘에 두병 정도의 술을 마시는 셈이다.

세계 배낭여행자를 위한 안내책자인 Loney Planet 한국판을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고 소개되어 있다. 다만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만 제외하고...”라는 단서가 붙은채.
 
두 번째가, 식단을 소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유럽이나 일본 여행을 가보면 음식이 우리나라처럼 상다리 부러지게 나오지 않는습니다. 지금처럼 과영양 시대는 적정량의 음식섭취가 건강의 관건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연간 음식물 쓰레기가 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의 1/3이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8조원은 북한 전 주민에게 대략 400끼니의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이다. 나아가 사찰에서 발우공양을 하는 것처럼 음식을 깨끝하게 먹고 남은 부분을 물에 헹구어 음용할 필요가 있다. 더럽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자기가 2-3초 전까지 맛있게 먹던 음식 중 일부가 그릇에 남아 있는 것이 어찌 더럽다는 말인가. 그저 한 생각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따름이다.

 세 번째는, 과도한 유흥을 삼갈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일본인들이 주로 물의를 야기하던 동남아 섹스관광을 이제는 한국인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중요도시에는 있는 유흥주점(Karaoke TV) 고객의 70%가 한국인들이라고 한다. 어디나 한국말이 들리고 마담과 유흥종사자들도 몇마디 한국말은 할 줄 안다고 한다.
 
감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가난하던 시절 계란찜 한숫갈의 맛을 풍족한 지금 먹는 어떤 음식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몸의 신경세포를 통해 얻어지는 즐거움이란 계속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으면 시들해 지는 것이다.

즐거움, 행복, 사랑 이 모든 것도 아껴 쓰지 않으면 않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는 이 시대에, 필자는 소박한 생활을 통해 풍요로운 정신세계의 번성을 이루어 우리나라가 세계의 등불이 되는 그 날을 희망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