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우리 집은 김치를 엄청 먹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내가 담은 김장의 절반 정도를 먹어 치운다.

요즘 같이 딤채 문화가 발달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김장때에는 배추를 한접 반씩이나 사서 김장을 담아야 했으니 그 번거로움이야 말할 나위가 없었으며 이런 김장 배추를 다음 해 5월까지 지지고 볶고 지지고하여 먹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할 때 세트된 작은 딤채와 새로 산 딤채 및 냉장고 600리터 이상 큰 것이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약 15년 된 탱크 냉장고가 금년 봄부터 고장나기 시작을 하여 두차례 30만 원이나 주고 수리를 하였지만 몇 개월 뒤 부속 하나 가는데 또 3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하여 그 냉장고에는 건어물류만 넣어 거의 창고 수준으로 사용을 하고 있던 터였었다.

이 고장난 냉장고를 버리려고 해도 무게가 만만치 않아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단독주택 3층에서 2층으로 이 냉장고를 옮겨야 했을 때에도 좁은 계단을 이용하여야 하는 바램에 대학 다니는 아들 친구를 둘이나 불러서 함께 내리는데도 진땀을 뺏어야 했기에 우리 가족들은 이 냉장고를 움직이는데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이 냉장고를 옮기다가 허리라도 한번 삐끗하는 날에는 배보다도 배꼽이 더 커져서 가외로 돈이 더 들어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산지가 이미 5년이 지났기에 앞으로 5년만 더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예정으로 되어 있다.

아내는 금년 가을 김장을 앞두고 은근히 걱정이 되는지 어차피 김장용 냉동고를 필요로 하니 이 탱크냉장고에 30만 원을 더 들여 5년간 사용을 하고 이사갈 때에 버리고 가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아내의 이 제안에 대하여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왜냐하면 이 헌 냉장고는 단돈 30만 원으로 성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더 다른 부품의 열화로 인하여 하마가 물 마시듯 A/S비용으로 돈을 물처럼 빨아들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쨌듯 이 냉장고를 버리고 딤채 하나를 더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딤채를 하나 사는 대신에 냉장고를 치워 줄 것을 매장의 아가씨에게 부탁을 했으나 운반책임은 물류센타 소관이고 자신의 소관이 아니기에 인부에게 적당히 용돈이나 조금 쥐어 주고 부탁을 해보라는 다분히 사무적인 이야기만 메아리쳐 되돌아 올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냉장고를 새로 사게 되면 옛 냉장고는 냉장고를 판 업체에서 몇 푼을 건네주고 가는 것이 통례인 줄은 알고 있으나 문제는 냉장고를 버리고 그 대체품으로 딤채를 사기에 자신이 서지를 않았던 것이었다.

딤채를 구입하고 약 3일 후에 물류업체로 부터 딤채를 배달해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예의 탱크 냉장고를 처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수고료를 약간 드리겠다고 하니 수고료는 받지 않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아내에게 내가 받은 전화 내용을 전달해주니 아무 소리 말고 냉장고를 치워 주면 수고료로 3만 원을 주라고 강력히 나에게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주방 일로 아내와 다툴 이유가 없기에 우선 2만 원만 주어 보고나서 인부가 불만스러워 하면 추가로 만 원을 더 주는것에  아내와 의견일치를 보았다.

딤채를 들고 오는데 보니 젊은 인부 셋이 올라 와서 네발 고무 바퀴 달린 낮은 판을 이용하여 쉽게 그 큰 탱크냉장고를 빼나는 것이었다. 주방으로 운반된 새 딤채는 자리를 정리한 후에 우리가 직접 정리를 하겠다며 아내가 2만 원을 손에 쥐고  달려가 한 인부에게 약주나 사들라며 돈을 손에 쥐어 주니 손사래를 치며 거절을 해온다.

아내는 기왕지사 선심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터라 인부 주머니 안에 수고비를 넣어주려 하고 나는 아내 머리 뒤퉁수를 향하여 작은 목소리로 '전화 안내하는 분도 수고비는 절대 안받는다'더라는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그 인부는 '저 이 돈 받으면 바로 목 짤려요!'라는 절규를 듣고 나서야 아내의 강력한 선심성 손공세가 멈추어졌다.

요즈음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다고 할 정도로 서비스 경쟁력이 대단하다. 상품에 대하여 성능, 품질, 가격, 디자인 등을 문의하기 보다는 어느 업체가 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하느냐로 구매력이 결정되는 수가 많다.

헌 냉장고를 업체가 수거하여 가는 것은 헌 냉장고를 다른 사람에게 주면 수리하여 다만 몇 개월이라도 사용하려 하기에 새 상품의 판매 사이클을 높이기 위한 영업 정책으로 채택이 되곤한다.

영업상의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근래는 모든 제조물은 생산자 책임이라 하여 판매한 물건을 수거하여 처분하는 의무도 생산자에게 뒤따른다. 낙후된 제품이나 상품이 아무곳에나 마구 버려지면 우리 환경을 피폐화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제 자식을 잘 알듯이 제품에 들어간 소재의 위해성에 대하여는 그것을 생산한 업체가 제일 잘 알 것이기에 생산업체에게 망가진 제품을 고이 장사지내는 책임까지 지우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