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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대성병원 장례예식장 임복섭 대표
2007년 08월 12일 (일) 00:00:00 나정숙 기자 bj21news@naver.com

부천타임즈:나정숙 기자

“세상에 죽음도 갖가지리라. 80을 탈 없이 살다가 와석종신(臥席終身) 편히 죽어가는 사람, 구름 같은 포부를 품고도 미처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원망스럽게 눈을 감는 장면의 죽음, 나라를 위하여 전장에서 싸우다가 빙긋 웃고 이슬같이 사라지는 시퍼렇게 젊은 목숨,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동안 어버이의 가슴에 못을 박고 할딱할딱 사라지는 애처로운 어린 죽음. 그러나 20여 년간 긴 세월 절개를 지켜 한 남자를 기다리다가 겨우 서로 만나 인생의 날을 깨닫는 동시에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마는 소옥의 죽음같이 애석하고 절통한 죽음이 세상에 또 있으랴.” -소설가 장덕조-

   
▲ 임복섭 대표(대성병원 장례예식장) ⓒ부천타임즈
누구나 한 번은 왔다가 한 번은 가는 것이 인생이던가!
하지만 그 마지막 길도 혼자는 갈 수 없어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

“좋고 나쁨, 품질의 차이는 있지만 죽어서 한 벌 수의를 입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물론 이것마저도 못 입는 사람이 있지만…. 마지막 입는 옷에는 주머니가 없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그 누구도 죽어서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대성병원 장례예식장 임복섭(60) 대표는 “그동안 장례예식장을 경영하며  수많은 상주들과 접하다보니 이제는 나름대로 삶에 대한 철학이 생기더라”며 욕심 없이 현재의 삶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값진 인생이라고 털어놨다.

삶과 죽음의 구분은 한 순간이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문화에서 죽음은 주거공간과는 먼 곳에 안치돼 왔다. 하지만 사회 발전과 더불어 장례문화도 변천을 거듭하면서 요즘은 장례예식장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임 대표는 “다만 소홀히 되어선 안되는 것은 살아서 존중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사후에도 인간에 대한 엄숙한 예의와 존중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복섭 대표가 장례업에 입문한 것은 1990년 초. 택시회사 경영을 접고 다른 사업을 구상할 때 삼베를 제조하던 누님의 권고에 따라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것이 수의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이었다.

천차만별 수의 값,수의 및 상주복 개발, 유통 간소화 시켜

하지만 수의란 것이 망자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보니 수요가 한정돼 있을 뿐아니라 당시는 장례예식장 체제가 만들어지기 전, 영안실만 운영돼 이미 납품업자가 지정돼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의 가격이 천차만별로 형성돼 10만 원짜리 수의 한 벌이 100만원이 되기도 하고 저급한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장의업자들의 횡포와 무질서를 목격한 임 대표는 반석상사를 설립해 수의와 상주복을 맞춤복으로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을 시작했다. 

완장 300원, 건 500원, 여성 상주복 1벌 8천원, 수의 가격 정찰제 실현 등 …. 그의 예상은 적중해 6개월쯤 지나자 여러 곳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이제는 졸지에 황당한 일을 당해도 누구나 장의 물품에 관한한 쉽고,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망자 앞에두고 형제간 다투는 것 보면 때론 민망
요즈음 고인을 추모하고 슬퍼하는 모습 보기 힘들어

그러나 요즘 장례식장의 풍경을 들여다보면 장례 준비가 간편해진 반면 고인을 추모하고 슬퍼하는 광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또 부조금이나 종교 갈등으로 가족 간의 분쟁이 유발되는 일이 종종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족 간의 이러한 갈등은 때로 망자를 앞에 두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는 이들을 민망하게 한다”며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부모는 살아있을 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부인 오영배 여사 부천시로부터 효부표창 2회 수상

그 자신 역시 6남매의 셋째였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4년간 봉양했다며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모습을 보고 체험하면서 자란 자녀들은 지금도 시간만 나면 나이든 친척들을 찾아보고 안부를 묻는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의 부인, 오영배(56) 여사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것이 알려져 부천시로부터 효부표창을 2회나 수상했다.      

임대표“부모님을 모시려면 절대 말대꾸 하지 말아야”

임 대표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얻은 경험 하나로 어른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에게 “부모님을 모시려면 절대로 말대꾸를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미 뇌기능이 정지돼 판단도 안서고 음식맛도 모르는 환자에게 말대꾸를 해봐야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녀에게 과거사 이야기 되풀이하는 것은 잔소리에 불과

임 대표는 실천으로 보여주는 자녀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빠뜨리지 않았다.“경제적으로 성공한 부모가 골프장 드나들면서 내가 예전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살았는데 너희들은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다 등등 잔소리를 늘어 놓는 것은 요즘 신세대 자녀교육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말을 앞세운 교육보다 부모가 실천하고 보여주는 가정에서의 역할,부모가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의 조차 구입할 돈이 없는 딱한 상주도····어려운 이웃도 살피야

   
▲ 임복섭 대표(대성병원 장례예식장) ⓒ부천타임즈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겪는 안타까운 일 하나는 가족이나 연고자를 못찾아 몇 달을 수사에 매달리는 동안 영안실에 보관되다 결국 행려자로 분류돼 장례를 치르는 경우라고 소개했다. 행려자로 분류돼 장례를 치르는 경우 장례비와 화장비용의 명목으로 시에서  보조하지만 연고자를 찾기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출혈이 많다고.

얼마 전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들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수의를 구입하지 못해 그냥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염을 한다는 말을 듣고 지나칠 수 없어 수의 한 벌을 내줬다고 한다. 그는 “요즘 방학을 하면 공항이 미어질 정도로 외국  여행을 떠나는 등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한평생 살다 수의 한 벌 없이 저승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면서 주위를 돌아보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장례예식업이라는 특별한 사업을 경영하다보니 그 역시 매월 진행하는 특별한 일이 한가지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바로 연고를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행려자와 자신의 장례예식장을 거쳐간 영혼을 위로하는 뜻에서 매월 18일 밤 11시 안치실에 제수음식을 극진히 차리고 전 직원이 모여 정성스레 제사를 지내는 일이다. 처음에는 제사를 지내줄 가족을 찾지 못한 행려자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제사를 지내야 마음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적절한 장례문화에 대해 물었다.

임 대표는 매장은 어렵고 화장해서 납골당에 모시는 것도 또 다른 환경공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일본처럼 위패만 모시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도덕이 제대로 서는, 고인을 극진히 추모하고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요즘 시간 날 때 마다 틈틈이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체험한 일들을 기록해 책으로 엮을  준비를 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효에 대한 사례, 부모가 실천으로 보여주는 자녀교육, 변화하는 장례문화 등을 수필형식으로 쓰고 있다.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 너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느냐/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한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 모르는구나.” 향가 <제망매가>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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