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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 뺄까 걱정이 된다
2007년 08월 11일 (토)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나는 여러 사람 앞에 나서기를 무척 두려워한다. 우선 남들의 앞에 서게 되면 온몸에서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면서 체열의 상승에 따른 체온을 낮추고자 내 몸의 피부구멍을 통하여 땀을 운송하느라 속옷이 젖어 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몸이 비교적 통통하고 뼈도 나름대로 굵은 편이어서 힘은 비교적 좀 쓰는 편이었었다. 하지만 나의 완력에 비하여 싸움으로의 서열은 항상 나보다도 체력이 약한 친구의 밑바닥에 서있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어릴 적에 그 당시의 애들 싸움은 상대방을 코를 먼저 때려 코피를 흘리게 하면 대충 싸움이 승리는 끝나게 되는데  나는 그런 야만적인 짓은 할 수가 없었고 나에게는 단지 힘으로 먼저 상대를 제압하여 그에게 항복을 받아내는 방법이 최선의 방책이었다.

내가 취할 수 있는 나만의 싸움 기술은 상대가 공격해오는 나의 코를 먼저 피하고서 상대에게 달라붙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 전부였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술을 써보기도 전에 항시 먼저 싸움을 피하게 된다.

왜냐하면 당시 싸움이라는 것이 우선 상대를 강력하게 째려보면서 상대 주위를 빙빙 돌다가 기회를 보아서 선방을 날리며 엉겨 붙어 싸우는게 전부인데 이런 동작을 취하면서 상대방은 주먹을 불끈 쥐고서 주먹을 수시로 입으로 옮겨 침을 발라대면서 상대방의 야코를 죽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상대방이 전의를 불태우면서 다지는 이런 전희 동작에 내 자세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가 무척 겸연쩍고 동시에 부끄러워 아예 싸움을 포기해 버리다 보니 힘은 있으면서도 상대의 인상이나 전희 모션에서 '아이구~ 형님!' 하고 말아 버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요행히 친구놈이 느닷 없이 내 뒷퉁수를 때려 올라치면 이 경우에는 싸우기 전에 일절 전희 동작이 필요치 않으므로 곧바로 뒤쫓아가서 힘으로 그를 제압시키면 자연스러이 나의 완력을 그에게 보여 줌으로 그는 내 서열 밑으로 들어가곤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와서 부천 집 근처에서 군대로 한 2개월 되는 후배를 만났었는데 그가 나를 만나자마자 나에게 자신의 처남 결혼에 사회를 보아 달라는 부탁을 해온다. 나는 대중 기피증 같은 증상이 있어서 이런 일에 전혀 경험이 없다면서 내 체질이 아니라고 거절을 했건만 그는 마땅히 사회를 맡길 사람이 없다면서 나에게 목을 매다시피 하니 결혼 사회 청탁을  뿌리칠 길이 없었다.

그는 내가 대학 재학 중에 군대를 갔었고 군대에 있을 때 유격조교로 있으면서 입으로 훈련 시나리오를 줄줄 꿰었던 것을 알기에 그리 강력하게 부탁을 해오는게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도리 없이 결혼 사회자의 멘트를 글로 작성하여 연습을 하였었지만 막상 결혼식장에서는 연습과 같이 되지를 않고 여전히 온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결혼 사회를 해내었던 추억이 있다.

어째든 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내 일생에 결혼식 사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본 경험이었다.

어제 아내와 함께 지인들의 저녁자리에 함께 참석을 했다가 아내와 아주 친한 성당 성도인 한 아낙이  자신의 아들 결혼식이 돌아오는 10월 10일이라며 이번에는 아들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하여 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아내와 내가 남들에게 크게 신세를 지지 않으면서도 무탈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알기에 그리 부탁하여 온 것이리라.

나는 주례가 꼭 필요하면 아는 교수님을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 아니면 10만원만 주면 전문주례를 살 수도 있으니 그리 하라고 일러 주는데도 그녀는 자신이 잘 알고 지내는 내가 주례를 서달라고 졸라 오는데 정말 난감하며 진땀나는 장면이다.

나는 내 목소리가 여자처럼 모기 소리가 나는지라 결혼식에 위엄이 서지를 않는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하니 일단은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또다시 부탁을 해올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

금년 4월에 카자흐스탄에 가서 영어로 브리핑을 하면서 그네들이 내 브리핑 모습을 CD로 구워 주어서 귀국하여 재생해 내 모습을 보고는 너무 대중 스피치 모습이 빈약하다싶어 아직까지 아내에게는 아예 보여주지도 않고 있는 터였다.

이런 내 처지를 알 리 없는 아내는 자신의 친한 지인이니 나더러 주례를 봐주라며 은근히 종용을 해오는데 나야 발버둥을 쳐대며 거절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 어찌 될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한번 주례를 맡다 보면 제2, 제3의 주례사를 부탁해오는 사람이 없으라는 법도 없으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이야 몸에 있는 찌꺼기를 끌어 올리면서 상쾌한 땀이 되겠지만 원하지 않는 결혼 주례사를 맡아 흘리는 땀은 마치 사우나실에서 방을 데워 겉물만 흐르게 하는 땀으로 건강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어찌 되었든 간에 이제는 나이도 이순을 넘고 보니 어느 때 어느 누가 이런 결혼 주례사를 부탁해올는지 모르겠으니 이제 나이값이라도 하려면 주례사 하나쯤은 써가지고 준비를 해야 할 듯싶다.

내 사정을 알 리 없는 속없는 아내는 자기 동창 애들 결혼식에는 나를 전문 주례로 내 세울 생각도 가지고 있으니 이 참에 주례사를 익혀 용돈이라도 벌어 쓰라는 우스개소리로 압박을 해오니 나의 마음은 더욱 쪼그라들 뿐이다.

하긴 이곳 부천은 아내의 태생지인라 아내의 동창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아내의 말이 전혀 틀리는 말은 아닌데도 내가 그 그릇이 되지를 못하니 누구를 원망하여 대범하지 못하고 편협한 내 자신을 원망할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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