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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선(solpurn)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을 동원하여 자립형사립고 유치 등을 강하게 추진해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경기도가 지역 내에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을 확대 설립하고 영어마을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계획이 서울시교육청의 반대에 부딪혔던 것과는 달리, 경기도의 계획 중 일부는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온 교육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앞으로 이 계획의 실행 여부를 놓고 교육계에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는 11일 "도를 8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설립, 교육벨트화"하고 "현재 조성중인 수원 이의동, 판교, 파주, 김포 등 신도시에 국내 최고 수준의 자립형사립고 1개 이상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교육혁신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의하면 경기도는 "현재 10개인 도내 특수목적고를 2010년까지 26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앞으로 도내에서 100만평 이상의 신도시가 조성될 경우 1개 이상의 자립형사립고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계획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경기도 손학규 지사는 이미 지난해 1월 '경기 비전 2006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목고 지원"을 약속한 바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해 9월 초 "고교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특수목적고 설립에 600억50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어마을 설립 계획 역시 지난해 1월에 발표한 경기도의 '경기 비전 2006'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경기도는 "영어마을과 영어광장·영어싸롱·영어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2006년까지 초등학생의 30%, 중등학생의 10% 영어캠프 참가를 달성하여 (경기도를) 명실상부한 '영어 1등도'로 자리 매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경기도가 11일 발표한 '교육혁신 지원계획'은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다. 그것이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신임 안병영 부총리가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을 확대 설립할 뜻을 밝히는 등 엘리트 교육을 강조하면서부터 비로소 힘을 받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12일 "경기도가 특수목적고를 2010년까지 경기도 전 지역에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부 내 재경부, 기획예산처, 교육부 내 일부 관료 등 '교육시장주의자'들 논리와 동일한 것으로 현재의 평준화 구도를 무너뜨리겠다는 편법적 발상"고 주장하며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교육자치침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기지부는 특히 "자립형사립고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 학생들에게 지역간·계층간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고, 교육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입시명문고'이자 새로운 '귀족학교'를 양산해낼 뿐이어서 사회적인 갈등을 유발시킬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앞으로는 "대입명문고뿐만 아니라, '고입명문중'도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지부는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하여 "경기도의 지역주민·학부모·학생·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범교육개혁공동대책위(가칭)'를 구성하여 경기도의 교육자치 침해, 영어마을, 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 설립 계획을 철회시킴은 물론 손 지사의 퇴진 운동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는 12일자로 경기도가 '교육혁신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보도하면서 "경기도가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둔 교육 혁신에 나선 것은 획일화된 교육을 전면 수술하겠다는 취지"라며 "국가가 이런 저런 문제점을 들어 시도하지 못하는 교육혁신을 지자체가 먼저 추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