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내일 회의에서는 위원장과 간사를 선출한 뒤 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3개 소위로 나눠 협상을 진행한다.

각 당은 비리 혐의를 받은 의원 6명이 무더기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범개협)에서 마련한 정치개혁안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자세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에 내정된 이재오 의원와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로 선임된 함승희 의원도 "정개협이 제시한 안을 전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은 애초부터 범개협 정치개혁안을 전면 수용하자고 주장해온 터다.

내일부터 진행되는 협상에서는 그동안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 의원수, 선거구 인구상하한선, 선거구제 등이 다시 핵심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전체회의 자체가 개최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쪽은 새지도부 구성 후 첫 중앙위원회의가 잡혀있어 오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인 반면 오후에는 민주당쪽 정개특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이 안보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대만으로 출국해야 하는 일정 잡혀있어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여야 4당 간사는 13일 오전 중 간사단 회의를 열어 일정 재조정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지역구 늘리고 비례대표 줄이자"...민노당 "무식한 발상"

▲ ▲ 이재오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 내정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오 의원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은 의원정수를 현행 273명에서 늘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인구가 예전 지역구 조정 때보다 450만명이 늘었으니 지역구 수는 늘리되 비례대표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국회의원 정수는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수는 늘리고 전국구 의원수는 줄이자는 것으로 지역구와 전국구 동결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측과 의견충돌이 예상된다.

다만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당론은 10만∼30만명이지만 인구하한선 10만5000명안, 11만명안 등 전부를 놓고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었다.

하지만 최병렬 대표가 이날 오전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10만∼30만은 한나라당의 당론이니 그 점은 분명히 하라"고 지시해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현행 유지하되 지역구 늘리고 비례대표 줄이자"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동당은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비례대표의 참뜻을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김종철 선대위 대변인은 "철저한 지역구도로 전락한 한국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제1과제의 하나가 바로 '비례대표의 증원과 1인2표 정당명부제의 도입'이라는 것을 이재오 의원과 한나라당은 정말 모른단 말인가"라며 "몰라서 그랬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서도 그랬다면 치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재오 의원과 한나라당은 의석 추가 확보를 위해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꼼수를 그만 두고 최병렬 대표가 작년 범개협 출범 당시 약속했던 대로 범개협 정치개혁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라"고 범개협안 수용을 촉구했다.

함승희 "'비례대표 증원 개혁적' 잘못된 생각"...천정배 "게리맨더링 안된다"

▲ ▲ 함승희 민주당쪽 정개특위 간사. ⓒ2003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재오 의원의 발언과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을 늘리면 비개혁적이고,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면 개혁적이라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함 의원은 이어 사견임을 전제로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은 개혁적으로 만들겠다"며 "범개협안을 전폭 수용하거나 필요하면 더 강력한 개혁법안으로 만들 것"이라고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함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가 좋다고 본다"면서 "합의가 안되면 소선거구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구제는 각당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탄력성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것은 개혁 대 비개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쪽은 현재 범개협안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정치개혁 협상이 또다시 의원정수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을 우려해 세가지 원칙을 세우고 접근할 방침이다.

열린우리당 쪽 정개특위 간사인 천정배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돈정치 청산 ▲현역의원 기득권 타파 ▲국민참여확대라는 정치개혁의 목표를 설정했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정치개혁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 천정배 우리당 정개특위 간사. ⓒ2003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 의원은 또 돈 선거 청산을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이 전혀 언론에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다뤄나갈 계획인 것이라고 전했다.

천 의원은 특히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는 지역구 의석 증원과 관련 "절대 있을 수 없다. 박상천 게리맨더링을 위해 늘릴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지역구 증원은 현역의원의 기득권 고수를 위한 것인 만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혹여 일어날 지도 모를 한나라당의 단독강행처리와 관련해 천 의원은 "국민들의 지지가 우리에게 있는 만큼 단독처리를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구체적 전술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단독처리 저지를 위한 방책도 고민중임을 시사했다.

특히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12일 "정치판이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해 선거구제 변경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자민련의 의견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이날 오후 대전 동구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소선거구제나 대통령 중심제는 돈을 안 쓸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로, 대통령 중심제는 내각책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각당의 정개특위 위원들 명단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정의화 이병석 이방호 심규철 박종희 손희정 오세훈 원희룡 권영세 의원
민주당: 함승희 장성원 전갑길 김성순 황창주 의원
열린우리당: 천정배 유시민 김성호 정장선 의원
자민련: 김학원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