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이제 사실상 액세서리 역할은 더 이상 안된다."

당내 '청년몫'으로 최고의결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해왔던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당의 근본적 개혁을 주문하며 당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 의원은 지난 6일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참회록'을 남겨 당내외에 '도미노 불출마' 현상을 증폭시키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오 의원은 남경필 의원과 함께 오는 14일로 상임운영위원 임기가 만료돼 이날이 마지막 회의가 됐다.

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내 사법시험 동기생들은 부장판사, 부장검사로서 법조계에서 `허리 이상'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선 우리를 소장파로 부르고, 우리는 소장파의 역할에 대한 의무감을 느껴야 했다"며 "소장파라는 명분하에 지난 번 대선에서도 정병국·김영선 의원들과 함께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수행하면서 일종의 액세서리 역할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 당에서 젊은 의원들을 상임운영위원회에 포함시켜 준 자체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우리 당에서 막상 30∼40대에 대한 선거대책을 내놓아 보라면 속수 무책"이라며 "이제는 악세사리 역할은 더 이상 안된다"고 당 지도부를 질타했다.

그는 또 "청년 대책과 진정한 30∼40대 대책은 선거 직전에 급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평소에 우리 당의 정책과 이념에 녹아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대선 때 최병렬 대표와 이상득 총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한편 다른 지명직 상임운영위원들도 마지막 회의라는 점을 감안 당 지도부를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고언을 했다.

양경자 상임위원은 4·15 총선 후보 공천과 관련 "민주당 및 열린우리당 후보와는 차별되는 분들을 공천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당에 몸을 담고있거나 당을 위해서 일하신 분들 가운데서도 좋은 분들을 잘 선택해야 한다"며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주문했다. '여성몫' 상임위원으로서 "당내에 여성들이 대접받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해구 상임위원은 "노 대통령 탄핵문제에 대해 우리 당이 적극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부각시켜야 한다"며 "노 대통령 자신이 팔을 걷어붙이고 정치선동과 불법 사전선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 페이스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고 대여 강경 투쟁을 주문했다.

이회창 전 총재와 가까운 신경식 상임위원은 "지난번 대선에서 서청원 대표, 김영일 사무총장 등 지휘부가 노력했으나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져서 당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그 때 최병렬 대표와 이상득 총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운을 띄웠다.

신 위원은 이어 "문제는 어떤 인물이 있었느냐가 아니고 그 당시에 그 직책에서 임무와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자체가 중요하다"며 "당 지도부에서 '우리는 그 때에 관여 안했기 때문에 모르겠다'고 선을 긋는다면 우리당의 일관성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병렬 대표는 "당내에 현재 당직을 맡은 분들 중에서 구 지도부와 신 지도부를 선을 긋고 구별하는 분은 없다"며 "'지난 대선 당시 당 지휘부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은 책임이 없다'는 생각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신경식 의원의 지적을 반박했다.

최 대표는 또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맡은 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한 것이기 때문에 당의 율사들을 동원해 검찰수사에 대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이회창 전 후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당의 공식 후보였기 때문에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국민들 앞에 당당히 나서는 게 바람직했다"고 해명했다.

이상득 사무총장도 "신경식 상임위원 말씀에 일리가 있다"면서 "열심히 해도 섭섭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당직자들이 철처히 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