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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퍼(hopper)형 술집을 즐긴다
2007년 06월 22일 (금)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나는 술을 안마실때는 한동안을 잘 안 마시다가도 한번 마시기 시작 하였다 하면 뱀이 쥐를 통째로 삼키듯이 쥐꼬리조차도 그대로 삼키려 하는 못된 술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술 마신 다음날이면 막심한 후회가 밀려오다가도 며칠이 지나고 나면 그 후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서히 망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삭혀져서 그 형체를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

이런 반복적 순환과정의 버릇은 내가 명이 붙어있고 술의 고리를 끊어 던지지 못하는 한 이 순환고리에서 영원히 벗어나지를 못할 듯싶다. 마치 불교에서 연(緣)의 고리를 못 끊는 이치와 같으리라.

휴일에 낚시터에 나가 앉아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거의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여가 선용차 낚시터를 찾은 사람과 할 일이 없어 매일같이 낚시터에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의 마음 자세는 다 같은 휴일의 정경일지언정 사뭇 다른 것이다.

마치 배 하나 빌려서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과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의 자세와 정신 상태가 다르듯이 그 겉모습은 일견 엇비슷할망정 낚시의 목적, 열성, 처치 등이 모두 다른 것이다.

사랑을 해도 한우물만 파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내는 중심에 앉혀 놓고 주위를 기웃거리는 형도 있고 아예 아내의 존재도 거의 무시한 채 아무 꽃에서나 꿀을 취하려는 나비형 인간도 있다.

마찬가지로 술을 마시는 형태도 가지가지이다. 집이나 슈퍼에서 그냥 술 자체만을 즐기는 홈스테이(homestay)형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두 단골집만을 정해 놓고 마시는 단골(customer)형이 있고 단골 술집은 있지만 때로 새로운 변화를 즐기고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술을 마시는 호퍼(hopper)형의 술꾼이 있다.

집이나 슈퍼에서 단순히 술병과 씨름을 하는 사람은 단순히 술을 즐기거나 술을 매개체로 하여 술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조용한 대화가 주체이지만 술집 단골형과 호퍼형은 술 맛에다가 그곳에서 서비스를 하는 술집 마담이나 서비스하는 아줌마나 아가씨의 말이나 접대 행위가 안주에 곁들여지기도 한다.

술집에 같이 간 사람과의 대화가 무거운 것이 아니라면 때로 이 마담부류나  서비스걸의 말이 술 마시는 분위기 대화 속에 섞여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주로 윤활유 역할을 하여 두서너 병의 술을 마시려 하다가도 너댓병의 술을 마시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마 이를 일러 영업 수완이라 일컬을는지도 모르겠다. 단골형 술집과 호퍼형 술집사이에는 사뭇 그 술집 분위기와 맛의 궤를 달리한다.

단골 술집에 들리면 술집 마담과 손님간의 서로간의 사는 형편이나 기호를 알아 마치 내 집안 같이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고 서비스의 질과 양도 서로 익히 알 수 있기에 스트레스도 적고 오히려 그 술집에서는 내 집 마냥 호기도 부려가며 술을 마실 수가 있다.

하지만 호퍼형 술집에서는 마담과 손님 사이에 주어진 정보가 서로간에 빈약하기 때문에 상호 긴장을 할 수 밖에 없다. 손님 입장에서는 나도 한가락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고 마담 입장에서는 처음 대하는 손님인지라 우선 술값 떼일 손님이 아닌가 주시를 하면서 양질의 손님인가를 끊임없이 저울질을 하게 된다.

나는 여기서 굳이 밝히자면 호퍼형 술꾼인 셈이다. 두군데 정도 단골 술집이 있지만 때로 변화를 즐기면서 다른 곳의 술집을 더러 찾는 편이다. 어느 술집이든 간에 비록 그 술맛은 같을지언정 술집 점포 분위기나 안주및와 마담의 서비스 색갈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퍼형 술집에 들러 마담과 몇몇 대화를 다누다가 대화의 수준이나 서비스의 질이 불량이면 그런 곳은 한번 둘러 본 것으로 족하고 이내 다음에는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린다.

며칠 전 한 호퍼형 술집에 들린 후에 며칠 후 두번째로 그 집에 들려 보았다. 그 곳 마담은 점포 안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고 글 쓰는 것도 좋아 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 컴퓨터에 내 블로그 흔적도 남겨 놓았는데 그녀가 내 블로그를 찾아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내가 그녀에게 내 블로그 주소를 직접 알려 줄 수도 있었겠지만 무리하게의 연결을 시도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호퍼형 술집이기에 나의 존재를 꽤 괜찮은 인물로 자국을 남겨 주고 싶었다.

난 정년 퇴직을 한 퇴물이라는 소리는 빼어 놓고 술을 많이 마신 김에 술에 취해서 호주의 지인, 싱가폴과  중국의 옛 직장 고객(customer)에게 영어로 있는 폼 없는 폼을 다내면서 영어에 중국어를 섞어 지껄여댔었다.

사실 이들은 모두 일 년 이상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던 터였던지라 술김에 내 소식을 전한 것이었고 아마도 국제통화료 값은 제법 나왔겠지만 어쨌든 호퍼 술집 마담에게 호기를 부려 보았던 샘이었다.

허지만 아무리 객기를 부렸을지언정 요즈음의 돈벌이 없이 허접한 세월을 죽이고 있는 나에게는 어쩐지 바람 빠지고 있는 풍선 마냥 공허감으로 뒷골이 당기기는 마찬가지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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