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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필 칼럼]교통사고로 꺾인 어린 생명
2007년 06월 20일 (수) 00:00:00 박정필 시민기자 daum nogo0424

박정필(시인)
 
Y초교 4년인 K양(10)은 공부 잘하고 예쁜데다 맘씨도 착해 주위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단 한 가지 흠을 지적한다면 말수가 없고 늘 수심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어린 가슴속에는 슬픈 사연 하나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K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외할머니(63)와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아서 모성애를 느껴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차츰 성장하면서 모정의 그리움과 보고픈 생각이 깊어만 갔다.

K양의 아버지는 한때 S시에서 학원을 경영하였지만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좌절과 실의에 빠진 부모는 다툼이 잦아지면서 끝내 남남으로 돌아섰다. 그때 K양은 겨우 3살이었고, 남동생은 돌밖에 안된 젖먹이였다. 두 남매는 할머니에게 맡겨져 다행히 티 없이 맑고 매듭 없이 바르게 자랐다. K양은 특히 단 한 번도 말썽을 부리지 않고, 같은 나이 또래 아이들 보다 성숙해 집안일도 잘 도왔다.

 

그러던 K양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 것은 2년 전 할머니로부터 친모가 다른 곳에서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지난해 겨울방학 때 혼자 다녀오고 난 뒤이다. 그녀는 친모도 자신처럼 무척이나 그리워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친모는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는 아랑곳없이 새 아빠와 잘 살고 있었다.

 

오히려 친모는 의도적으로 딸을 반기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재혼한 남편에게 심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피붙이들을 멀리했고 또 냉정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런 비정함을 눈치 챈 K양은 엄마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홀로서기를 작심한 듯 태도에 있어 많은 변화를 보였다.

 

그러던 K양이 최근 조금씩 예전의 명랑한 모습을 되찾아가던 중이었는데, 지난 5월 초 자신이 다니는 학원차량에 치여 숨졌다.

 

K양은 평소 수학학원에도 빠짐없이 다닌 모범생이었다. 귀가 때는 학원차량이 바로 집 앞에서 내려주곤 했는데 사고 당일은 운전자가 2차선 차도에 내려주고 달아났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달려오던 과속차량이 그녀를 덮쳤다. 바로 할머니의 가게 앞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할머니는 유혈이 낭자한 손녀를 부둥켜안고 망연자실했다.

 

사고를 낸 가해 운전자 L(61)씨는 농사를 짓는 마을 이장이었다. 마침 부친의 기일을 맞아 제수품을 사러 읍내로 나가는 길에 뜻밖의 사고를 내 제사는커녕 졸지에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운전자의 ‘과속과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고, K양이 뛰어 나왔다고 주장해 피해자 측을 난감하게 했다. 교통사고는 으레 책임문제를 놓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거나 고의가 없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유가족의 고통과 아픈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주 후, 필자가 위로 겸 궁금한 사항이 있어 다시 찾아가니 할머니께서는 힘겹게 손녀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들을 키우는 즐거움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것마저 산산조각 났다고 가슴을 쳤다. 할머니는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할머니,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손녀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세상에 태어나 사랑받지 못하고 떠나간 어린 손녀를 안타까워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는다.”고 했던가! 10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면서 자신을 낳아준 부모사랑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떠난 K양의 스토리가 한 편의 슬픈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박정필 시인은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했으며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입니다. 2006년 12월시집 <갈꽃섬의 아침>과 수필집 <오늘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를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해 <섬 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천타임즈 제정 제1회 시민기자상(2007년1월10일)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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